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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고 싶은 빌딩을 권해야 해요. 내가 사기 싫은 물건은 권하지도 말아야죠. 중개업 특성상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죠. 자연히 이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수집에도 열을 올려야 하고 수시로 대면하고 관심가져야 하는 만큼 근면성실함은 필수에요”
국내 최대 빌딩정보 보유업체 빌딩중개법인 원빌딩 권오진(38·남) 이사는 경력 13년차의 베테랑 중개사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빌딩투자가 점차 대중화됨에 따라 빌딩중개 컨설턴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는 추세다.
권 이사는 컨설턴트들 중에서도 신화적인 인물로 불린다. 입사 3년만에 팀장으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는 확실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수·매도인 등 많은 이들을 진심으로 상대하는 등 신뢰를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시간들이 단기간 내 국내최대 빌딩중개법인에서 이사로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이라 설명했다.
“이왕이라면 큰 거, 그래서 빌딩”…주말·새벽 아랑곳 답사의 연속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하다 실무를 배우기 위해 입사했어요. 이왕 영업전선에 뛰어 드는 마당에 작은 것보단 큰 물건을 팔고 싶어 빌딩을 선택했죠.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중개업을 시작한 만큼 고객들이 불신하진 않을까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그 때부터 신뢰감이 가장 중요한 제 영업 전략이 됐죠”
고객의 신뢰는 자기관리에서 비롯된다고 여기고 한 여름에도 넥타이와 구두까지 갖춘 정통정장을 고집했다. 또한 가장 기본이 되는 약속시간은 반드시 지켰다. 이와 같은 자세로 만난 고객만 현재까지 2000여명이다. 또 7만여건의 빌딩들을 관리 중이다. 방대한 데이터는 말 그대로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빌딩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떼보고 또 현장을 확인하면서 매주 50개 이상의 신규 물건을 확보해요. 이후 내부분석 등을 거쳐 거래가능성이 높은 30개 안팎의 물건을 골라 현장답사에 나서죠. 저는 보통 토요일 오전 6시부터 답사에 나서요. 평일엔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보니 제 나름대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편이죠”
권 이사는 기존에 파악한 정보라 할지라도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물건들의 변동내역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하루 30통 이상 통화한다. 세세한 변동사항까지 확인하기 위해 건물주들의 매도의사를 확인한 뒤 희망가격의 변동 등을 묻는 편이다.
“임차인은 변하지 않았는지 현재 공실률은 어떠한지 등도 일일이 확인해둬야 해요. 만약 그 빌딩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과 같이 갔는데 당초 제 설명과 다르다면 신뢰도는 즉각 하락할 테니 말이죠. 제가 사고 싶은 물건들만 고객에 권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에요. 역지사지의 마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깨달은 진심이 강력한 무기가 됐죠”
“컨설턴트에게 매수자·매도인 모두 고객…객관적인 자료 중요”
2013년 신문광고를 보고 한 부부가 권 이사를 찾았다. 빌딩을 매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50억원에서 70억원 사이의 금액대 빌딩을 희망했다. 가격에 맞는 물건들을 소개했지만 정작 이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소재 85억원짜리 물건이었다. 심지어 그 건물은 매도여부를 고민하던 터였다.
“일단 건물주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대부분 건물주들은 주변 시세에 밝아요. 그게 곧 보유한 건물의 가치를 방증하는 셈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죠. 그래서 건물주를 상대하기 위해 저 역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야 해요. 그렇지 않았다간 매도의사를 끌어내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는 해당 건물주에 해당 건물의 시세가 매수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3㎡(약 1평) 당 1억원에 육박함을 지적하며 향후 매각에 있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결국 매수여부를 고민하던 건물주는 팔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빌딩컨설턴트는 단순 중개업무만을 처리하지 않는다. 보통 건물 매수 시 대출을 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수자들을 위해 규모·조건·금리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권 이사는 평소 금융권 관계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은행에서 적용하는 금리가 천차만별인 만큼 고객에 조금이라도 적은 이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건물주의 마음을 확인한 뒤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가능한 대출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평소 연락하고 지내는 금융회사 지점장들에게 대출 견적과 금리 확인을 의뢰했어요.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에 따라 금리 조건이 달라요. 은행은 고정금리 적용을 꺼리는 반면 매수자는 고정금리를 선호하죠. 수소문 끝에 모 은행의 한 지점에서 7년 고정금리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죠”
대출도 해결했지만 아직 세로수길 건물주와 두 부부간 거래는 끝난 것이 아니다. 가장 난항을 빚을 수 있는 가격조율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수·매도자 간 가격조율이 힘들 때 중개하는 컨설턴트들은 가장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고 권 이사는 설명했다.
“매수자도 고객이지만 매도자도 제 고객이에요. 누구 한 쪽의 편을 들 수만은 없죠.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시간이죠. 일반적으론 몇 억원 차이로 간극을 좁히지 못해 거래가 무산될 것 같지만 오히려 1000만~2000만원 차이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당시 건물주는 84억원을 고집했다. 하지만 매수자는 당초 예산보다 높은 금액대인 만큼 82억원까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이사를 찾아 원빌딩을 찾은 매수·매도인들을 각기 다른 방에 앉힌 뒤 권 이사는 두 방을 번갈아가며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 측 모두 요지부동이었다.
“절충만 3시간 동안 진행했어요. 급기야 건물주가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나가야 한다고 엄포까지 놓더군요. 그 때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기서 계약이 무산되면 컨설턴트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건물주를 약속장소까지 차로 모셔드렸죠”
건물주는 약속상대와의 식사자리에 권 이사를 배석시킨 뒤 반주를 권했다. 앞사람이 보는 앞에서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한다’며 칭찬하며 반주를 권했고 이내 세 사람은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가 됐다.
건물주는 권 이사에 83억원에 매각할 의사를 내비쳤고 매수자와의 자리를 다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 계약은 그렇게 성사됐다. 매도를 고심하던 건물주는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게 됐고 두 부부도 희망한 건물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부부가 매입할 때만 해도 건물의 3.3㎡ 당 가격은 9300만원이었어요. 하지만 이후 세로수길이 인기를 얻으며 1억4000만원까지 뛰게 됐어요. 값이 오르는 지역에선 임대수익 또한 크게 상승할 수 있죠. 제가 중개한 건물이 매수자에 큰 이익으로 돌아갈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에요”
많은 중개 사례 중 그가 이 사례를 소개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빌딩중개업무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모든 절차와 고충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도전했고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하며 정상급 중개인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래도 보다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 건국대학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일을 하며 동시에 부동산학과에서 석사를 준비하면서 더 큰 시각을 갖기 위해서죠. 또 제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도 보다 확장시킬 예정이에요. 확보는 했는데 미처 정리를 못한 물건들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물건들까지 수요가 높은 30억원대 건물들부터 1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건물까지 고객이 찾는 모든 건물들을 제 품안에 두고 싶어요”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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