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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 국군의 전력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렀었다. 주한 미군 사령부 고문단이 ‘한국 육군은 애국심 하나만 빼면 1775년 독립전쟁 당시 미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국방력 증강에 힘쓴 우리나라는 이제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까지 올라 섰다. 선진국들이 장기간에 이뤄놓은 성과들을 단기간에 따라 잡기까지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밑받침이 됐다. 우리는 그들을 일컬어 ‘대한민국 안보주역’이라 일컫는다. 스카이데일리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대한민국 안보주역’을 선정하고 국가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힘쓴 인물들의 사연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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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유은주·문용균 기자]국방력은 한 나라의 국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만 해도 상당히 미비한 수준에 그쳤던 우리나라의 국방력은 2018년 현재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GFP 군사력 지수는 0.2001로 세계 7위였다. GFP는 인구·육해공전력·자원·국방예산 등 50개 항목을 종합해 군사력 지수를 산출한 것으로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높다.
비록 미국(0.0818·1위), 러시아(0.0841·2위), 중국(0.0852· 3위)과는 큰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프랑스(0.1819·5위), 영국(0.1917·6위)등의 유럽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심지어 일본(0.2107· 8위) 보다는 순위가 한 단계 더 높았다.
대한민국의 국방력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오기까지 많은 인물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특히 황무지나 다름없던 안보기술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한 이들의 노고는 그 어떤 인물보다 높게 평가된다. 그들은 ‘안보영웅’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반응이다.
無에서 有를 창조하다…역설계 거쳐 만들어진 최초 국산헬기 ‘수리온’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리의 기술력만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 ‘수리온’이라는 이름은 독수리의 ‘수리’와 숫자 100을 뜻하는 순우리말 ‘온’을 합친 단어다. 용맹함이 넘치는 헬리콥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KAI는 1999년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감사원 감사를 거치면서 부실헬기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수리온’은 최근 저온구름 속 비행시험과 체계결빙시험 통과 등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부실 논란을 벗고 전천후 운용 가능한 무결점 헬기로 인정받았다. 체계 결빙 시험은 영하 수십도의 혹한 상황에서 헬기 성능을 점검하는 시험이다.
현재 수리온은 전투용 뿐 아니라 소방, 산림용 헬기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방한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수리온을 타 보는 등 관심을 보여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일고 있다.
황유상(57) KAI 개발본부 구조성능실 실장은 수리온의 우수함을 인정받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체계결빙 실험 총괄 담당자다. 그는 29년 간 헬리콥터 연구에만 매진한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헬리콥터 전문가다. KAI가 통합되기 이전 현대항공우주에서 일했다.
황 실장은 “수리온 개발 당시 만해도 국내에서 헬리콥터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며 “시중에 돌아다니는 온갖 자료들을 가지고 역설계를 하는 등 실상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헬리콥터 개발은 고정익(동체에 날개가 고정되어 있는 비행체)과 달라 실험결과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특히 어렵다”면서 “복잡한 공기의 유동 때문에 이론과 실제가 달라 예측을 하더라도 비행실험을 하면 당초 예상과 엇나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에 따르면 과거 KAI가 들여 온 ‘유로콥터’는 체계결빙에 대한 기술이 이전되지 않았다. 해당 기술은 프랑스는 물론 모든 유럽 국가들에도 공개되지 않았었다. 해석과 실제의 갭(차이)을 줄일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황 실장은 “기술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해석으로는 예측이 안 되는 것이 바로 ‘결빙’ 문제였다”며 “게다가 해외 업체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이 상당히 단순해 우리 헬기에 적용할 수 없는 기술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린 통상적으로 최종 입증하는데 7~8년이 걸리는 것을 3.5년 만에 해냈다”며 “(이번 체계결빙실험은)그들이 제시했던 것을 반영하지 않고 우리가 특허를 내서 극복한 좋은 사례다”고 언급했다.
체계결빙 실험 결과 덕분에 국내 엔지니어들을 바라보는 해외 연구진들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한다. 이젠 기술지원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 업체 NLR의 ‘체계결빙 1인자’로 불리는 밥 플레밍 교수와 기술을 협의할 때 KAI 엔지니어들은 그들과 대등하게 코멘트를 하고 일부 의견은 받아들여져 실험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는 “이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수준까지 기술력이 향상된 상태다”며 “어디까지 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던 기존의 틀을 깨고 이제는 새로운 분야에 접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물론 다른 국방기술 연구진들은 1년에 휴일이 1~2일 정도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매진했다. 대부분 엔지니어들은 침대를 회사에 가져다 놓고 쪽잠을 자며 연구에 매진할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다.
황 실장은 “항공분야는 사실 항공에 미친 사람들이 하는 분야다”며 “엔지니어들의 경우 관리·구매부서 쪽을 가면 훨씬 더 인정받고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지만 일부 사명감과 고집 있는 사람들은 연구 분야에 남아 모든 열정과 노력을 퍼붓는다”고 전했다.
황 실장은 평소 연구에 매진하느라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왜 자주 놀아줄 수 없는지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며 “아이가 이해를 했는지 이후 어린 나이였음에도 뭘 해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년퇴임을 3년가량 앞둔 그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마무리한 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다.
공격 만큼 중요한 방어…차세대 젊은 과학자의 발명에 전 세계 이목 쏠려
‘국가 안보의 씽크탱크’로 불리는 ‘국방과학연구소(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ADD, 이하·국과연)’는 국내 유일한 무기체계 및 국방과학기술 연구·개발·시험기관이다. 대한민국 안보 기술 증진에 매진하는 고급 두뇌들이 총 집결한 기관이라고 인식하면 된다.
흔히들 ‘국방기술’이라면 미사일·자주포 등의 공격 무기를 먼저 떠올리지만 방어 기술도 공격만큼 중요한 기술로 평가된다. 얼마 전 우리 기술만으로 시제품 개발 가능성이 입증된 ‘입을 수 있는 플라즈마 직물’ 역시 방어기술에 속한다. ‘플라즈마’는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고체·액체·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린다. 기체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기체가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돼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형광등·네온사인과 번개·오로라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입을 수 있는 플라즈마 직물’ 개발 가능성을 드높인 주인공은 정희수(38) 국과연 선임연구원이다. 그는 ‘유연전극을 활용한 입을 수 있는 대기압 공기 플라즈마 직물 제작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입을 수 있는 플라즈마 직물’로의 제작변형 기술과 유연전극의 물리적 특성 연구 결과 등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카이스트 재학시절 국과연과 인연을 맺었던 정 연구원은 첫 직장으로 국과연을 선택했다. 그는 현재 화생방을 연구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화학공학, 생물학을 전공한 연구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물리학을 전공한 특이한 케이스다.
정 연구원은 “원래 국과연은 전자·기계 전공을 많이 뽑고 물리학 전공자를 잘 뽑지 않는 곳이었지만 당시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연구소장님 덕분에 들어오게 됐다”며 “석사 과정 때 국과연으로부터 연구를 위탁받아 처음 인연을 맺었고 박사 과정 때는 장학생 모집공고에 지원한 것이 밑바탕이 돼 이곳이 첫 직장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물리학과지만 생물과 화학무기를 제독할 수 있는 응용 기술 개발에 흥미를 느껴 화생방 연구에 발을 들이게 됐다”며 “화생방 보호·제독·피해예측 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란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도의 국방기술이 탄생한다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외부의 과학기술을 국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절차와 시험이 요구된다”며 “한정된 시간 내에 성공적인 국방기술을 일궈내기 위해 많은 인력과 협력이 필요한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는 결코 성공에 다가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난이도 높은 과제일수록 두려움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야하는 연구개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하지만 그만큼 해결했을 때 희열이 크기 때문에 늘 도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플라즈마 담요를 개발은 혼자가 아닌 주변 동료들과 합심해 만든 모두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뜨개질을 묵묵해준 동료 직원들과 자신의 기술을 공유해준 타국의 과학자들 도움이 있었기에 세계에 없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타국의 국방 분야 연구소 과학자에게 공개하는 분들도 있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미국에 계시는 한 박사님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저와 공통관심사인 플라즈마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보통 한 번 통화할 때 마다 30분 씩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직접 개발한 플라즈마 기술과 관련해 해외 기관이나 학자들로부터 문의를 자주 받곤 한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다른 나라에 기술지원을 해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점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고 세계적인 플라즈마 전문가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유연전극’이라는 평을 들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정 연구원은 안보기술이 발전하기까지 국가의 지원이 밑받침 돼줬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당장 눈앞의 성과만 바라보는 이른바 ‘성과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논문 개수에 집착하는 성과주의와 연구의 질을 중시하는 과도기에 있는 만큼 양보다는 질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기존의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국산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도전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연구할 수 있다”며 “단발식 국방 연구개발보다는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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