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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항공 운수권 및 연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이 개정안은 항공사의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하고 국가 시책에 적극 협조하면 운수권 배분 시 이점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정한 경쟁 시장구조 확립 기여도’라는 항목에 조종사·정비사 등 항공전문인력 빼가기 적발 건수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전문인력 빼가기가 확인될 경우 해당 항공사에 최대 2점의 벌점을 부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항공사간 이직이 자유롭지 못해 해외 항공사로의 유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곧 국내 항공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항공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운수권은 항공사의 존립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운수권을 배분하는 현 제도 상 이 개정안은 각 항공사에게 절대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현재 한국의 조종사·정비사들은 국제 평균 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국내 타사·해외로 이직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말까지 이직한 한국 조종사는 대한항공 109명, 아시아나 항공 78명, 진에어 31명, 이스타항공 21명, 에어부산 19명, 제주항공 18명, 티웨이항공 1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2015년 해외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92명, 2016년에는 100명에 달했다.
특히 중국은 급격한 항공 수요에 대비해 한국 조종사 평균 연봉의 3배에 달하는 30만달러(한화 약 3억4500만원)를 국내 조종사들에게 제시해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입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까지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3년까지 소요된다. 대한항공은 1000시간, 아시아나항공은 3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조종사들의 월 평균 비행시간은 평균 77시간, 최대 99시간에 달한다.
과거 국내 항공산업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을 양분했지만 최근 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이 속속 설립되고 이들이 기단 및 중장거리 노선 등을 확대함에 따라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케이에어·플라이강원·에어대구·남부에어·프라임항공·에어포항 등도 항공운송사업 면허신청을 준비 중이다.
과당 경쟁의 방지는 중요하지만 이번 개정안 같은 근시안적 제도는 결국 국적 항공사의 성장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 나아가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항공전문인력의 이직을 막기 전에 이들에 대한 처우나 항공사의 기업 문화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근무 중 심장마비로 숨진 한 저가항공사 조종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이뤄진 업무 상 피로 및 스트레스’에 따른 과로사로 인정한 바 있다. 2014년에는 한 승무원이 어느 재벌가 딸에게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로 제공해 비행기가 회항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항공기를 운전했던 조종사 4명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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