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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유은주·문용균 기자]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마주해야했다.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자신의 온 몸을 던진 여러 용사들이 있었다. 지금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낸 1등 주역들로 평가된다.
과거 북한군과 마주한 위기의 순간에도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을 발휘해 도발을 저지해 낸 영웅들은 지금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헌신과 애국심 덕분에 국민 모두가 생업활동에 전념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무장간첩 생포한 부여 대간첩 사건 산증인…피 흘린 동료 모습 아직도 기억 생생
부여 대간첩 사건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10월 24일 부여군 석성면 정각리에서 발생했다. 이곳에 위치한 사찰인 ‘정각사’에서 간첩들의 접선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 안전기획부(현·국가정보원) 요원들과 경찰이 잠복근무를 하던 중 이를 눈치 채고 도주하던 간첩 2명과 군·경 간에 교전이 벌어졌다.
당시 부여군 내 경찰 100여명 이상이 투입된 대규모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교전 끝에 무장간첩 2명 중 1명은 생포되고, 1명은 사살됐다. 우리 측은 고 나성주·장진희 순경이 교전 중 총탄에 맞아 순직하는 아픔을 겪었다.
황수영(남·54, 당시 부여경찰서 수사과 근무) 경위는 혈기왕성한 3년차 경찰이던 시기에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그는 당시 무장간첩과 벌인 총격전과 온 몸을 던져 간첩을 생포했던 과정, 총에 맞아 피 흘리던 동료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날 오후 2시쯤 이었어요. 저희 경찰서로 ‘간첩이 도주했으니 잡으라’는 명령이 떨어졌죠.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어요. ‘내륙에 간첩이라니 정말일까’ 반신반의 했죠. 현실 감각이 무뎠던 거죠. 전경으로 구성된 5분 타격대가 먼저 나가고 저희는 곧장 뒤따라 출동했어요”
그는 총소리를 듣고 나서야 ‘실전(實戰)’ 현장에 나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간첩 체포에 만전을 기했다. 사복을 입은 30세 전후의 간첩들은 제방을 따라 도주했다. 황 경위를 비롯한 6명의 경찰들이 필사적으로 쫒아갔다.
간첩들은 부여에서 논산으로 가는 방향의 민간인 트럭을 빼앗아 달아나려고 했고 이를 본 경찰들은 간첩들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50m 정도 되는 거리였다. 간첩들은 트럭을 버리고 산으로 도주했고 황 경위와 故장진희 경사 등이 포함된 경찰 추격조는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고 산 오솔길을 따라 뒤쫓았다.
“무작정 오솔길을 따라 올라 갔어요. 저희는 간첩들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지만 왠지 어디로 갔을 지 알 것 같았어요. 사주경계를 하며 도로에서 20m 정도 올라가는데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났죠. 정말 머리가 쭈뼛 섰어요. 그 해 비가 엄청 와서 오솔길 옆으로 깊게 흙들이 파여 있었죠. 높이가 1m 50cm 정도로 깊었어요”
“저는 그 수로로 뛰어내렸는데 뒤따르던 故장진희 경사(당시 순경)가 반대쪽에 숨어있던 간첩 김동식의 총에 맞았어요. 수로에서 김동식의 다리가 보였고 총을 발사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관통상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수로 옆을 보니 장진희 순경이 피를 토하고 있었어요. 순간 두려움이 생겨났죠. 그래도 잡아야한다는 생각에 간첩의 다리를 잡고 아래로 끌어 내렸죠”
“수로 안에서 서로 몸싸움이 벌어졌어요. 싸우면서도 ‘총에 맞은 장진희 순경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인근에 있던 동료들을 향해 엄청 소리를 질렀어요. ‘총 맞았다고 도와달라’고요. 몸싸움을 하면서 상처도 많이 났죠. 결국엔 내가 더 힘이 쎘는지 생포에 성공했어요”
그는 경찰에 입문한 3년차 신출내기가 특수훈련을 받은 간첩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데는 ‘잡아야겠다’는 일념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이 일이 있고난 후 사건 현장에서 도주한 또 다른 간첩 박광남은 3일 뒤인 10월 27일 32사단에 의해 사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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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그렇게 마무리됐죠. 사건 이후 한 동안 아무 일도 못했어요. 모든 과정이 계속 생각났고, 두려움에 잠을 못 잤죠. 그 때 이후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안보교육 강사로 여러 곳을 다녔어요.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안보의 필요성을 알렸죠. 지금도 제 생각은 변함없어요. 안보는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전쟁의 공포 이후 찾아온 조국수호 사명감…“국군장병 노고 국민 모두가 알아야”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은 6·25전쟁 이후 북한군의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진 첫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해병대 소속 병사 2명이 꽃다운 나이에 전사하고 말았다. 상당한 규모의 민간인 피해도 발생했다.
조영주(남·30) 씨는 연평도 포격 당시 해병으로서 백령도를 지키며 북한군의 서해 도발을 저지하는데 나선 인물이다. 지금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여전히 ‘나라의 안보를 위해 군대가 존재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조 씨는 연평도 포격사건도 그렇지만 그 직후에 있었던 ‘북한군 대청도 기습공격 첩보 작전’ 당시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당시 그는 ‘북한군이 대청도를 기습 공격할 계획’이라는 첩보에 따라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작전에 투입됐다.
대청도는 인천 옹진군 대청면에 위치한 섬으로 배를 타고 1시간이면 북한 땅에 닿는 곳이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을 묶어 서해 5도라고 부른다.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천안함 사건과 두 번의 연평해전 등 북한군과의 무력충돌이 잦았던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경험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안보인데 저는 큰 경험을 했죠. 연평도 포격 후의 상황은 그야말로 실제 상황이었죠. ‘이러다가 전쟁이 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6·25전쟁 이후 최초의 북한군 육상포격 사건이고 해병대 전우가 전사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죠”
“2010년 11월 23일 새벽 상황병 근무를 마치고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취침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완전군장을 싸라는 명령이 하달됐어요. 무슨 일인지 물어볼 틈도 없었죠. 군장을 다 싸고 실탄까지 지급 받았어요. 그날 오후에 부대 안에 있는 터널이라고 하나요. 어쨌든 깊은 동굴로 들어갔죠”
조 씨를 포함한 대대원들은 완전 무장을 한 채로 3개월 동안 부대 내 동굴 생활을 했다. ‘동굴 밖으로 나가면 포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임원사의 말에 용변도 동굴 내부에서 해결해야 했다. 음식 공급도 안 돼 한동안 3끼를 전부 전투식량으로 해결했다. 이듬해 1월 오랜 동굴 생활이 끝난 후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원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그런데 부대 복귀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군이 대청도로 침투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막사로 돌아와 2주가 지났을 무렵일 거예요. 해가 바뀌고 2011년 1월 말쯤으로 기억해요. 행정관님이 저희 포반장님을 불렀어요. 그 때 ‘북한군이 대청도로 기습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알게 됐죠. 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무서웠어요. 연평도에서 전사한 전우들이 생각났고 저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굴생활로 인해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조 씨를 포함한 1개 대대 병력은 대청도 지원 방어에 나섰다. 북한군이 대청도를 공격해 온다면 당시 대청도 주둔 병력만으로 감당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초쯤 대청도로 들어갔어요. 해안 경비와 동시에 실제 도발에 대비한 준비를 해 나갔죠. 버려진 폐가를 정리해 막사를 만들었어요. 추운 겨울이었지만 난방시설은 꿈도 꿀 수 없었죠. 혹시 모를 북한 공작원의 침투를 막기 위해 요소마다 철조망을 치고 사낭(모레주머니)을 쌓아 초소를 만들었어요”
“연평도 해전 직후였기 때문에 모두 북한군이 정말로 대청도를 공격할 수 있다고 봤죠.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저 뿐 아니라 대대원 모두 두려움과 긴장감 속에 생활했어요. 매서운 겨울바람이 고통스러웠지만 북한군 도발에 대비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견딜 수 있었죠”
다행히 북한군의 대청도 공격은 발생하지 않았고 조 씨를 비롯한 대대원들은 2주 만에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대청도에서 복귀한 후 군 생활을 돌아봤어요. 나라를 위해 군이 존재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죠. 그 당시 서해 5도를 지키고 있던 모든 병사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에요. 정말 겪어보니까 더 절실하게 알겠더라고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국민들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한 군대가 필요하죠. 군인들의 철저한 정신무장도 중요하구요. 무엇보다 국민들이 안보의식을 갖고 군을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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