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시 저축보험으로 둔갑되는 종신보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덕용의 ‘바른 보험’

가입 시 큰 이자로 현혹…설계사 수익과 직결돼 충분한 설명 없어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6-12 12:47:48

올해 들어 벌써 수십 건의 상담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종신보험을 활용해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입을 했지만 올바르게 가입한 게 맞는지 문의하는 사례들이다.

보통은 자신의 목적자금이 가까운 미래에 어느 정도 만들어질 거란 청사진만 생각하고 가입을 하다 보니 이상적인 시나리오만 가지고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운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들어 보험과 관련된 뉴스 중 적잖게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둔갑시켜 판매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각종 블로그나 커뮤니티 카페에도 비판의 내용이나 조언을 구하는 글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다. 그만큼 이슈인 것이다.

그럼 일단 이 사태에 대한 필자의 결론부터 솔직히 말해보겠다. 종신보험을 목돈을 모으는 목적으로서 선택을 한 것에는 엄밀히 말하면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보험설계사들과 영업 관리직에 있는 관계자들의 양심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일침을 가해주고 싶다.

현재 금융권에 불어 닥친 저금리 기조로 인해 보험회사의 장기저축 관련 상품들이 몇 해 전부터 울상을 지어오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종신보험을 활용한 목돈 만들기 플랜이었다.

실제 이 플랜은 보험회사에서 주장하는 결론만 놓고 보자면 소비자에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왜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사태가 자꾸만 발생하는 것인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결론만 도출해서 보여주는 상품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종신보험은 보장성 보험이다. 저축성보험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상품 가입 후 발생하는 해지환급금이 보장성보험이 가지고 있는 금리를 적용했을 때 먼 훗날 큰 이자를 안겨준다는 그럴싸한 말로 현혹시키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설명을 해주는 일부 설계사들도 있지만 자세히 짚어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의 수입과 직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한 달에 여유자금 20만원을 저축하고 싶어 하는 30대 기혼 여성에게 보험설계사가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은 최저 보증이율이 낮은 관계로 금리 변동 없이 높은 확정금리를 보장해주는 종신보험 상품에 돈을 납입하라고 설득한 후 20만원을 15년 납입 조건으로 가입시켰다.

이 부분에서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 실제 높은 금리도 틀린 말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돈이 불어나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입을 시키면 문제가 된다. 목적은 분명 저축이었다. 그럼 저축에 가깝게 설계를 하여 가입시켜야 하지 않을까. 각 회사마다 상품의 가입 조건이 다르겠지만 필자가 직접 자녀의 교육자금 마련을 위해 가입한 후 운용하고 있는 플랜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필자는 일단 5연납으로 원하는 금액의 1/3만 가입하였다. 그리고 매달 추가납입을 2/3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하면 가입시점 기준으로 6~7년 사이에 원금이 회복이 된다. 이 수치는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원금회복 수준이다. 심지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 후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금리에 금리가 붙어 이자율이 점점 더 좋아진다. 그런데 이에 반해 위 예처럼 20연납 15만원을 납입하고 추가납입을 하지 않으면 15년이 되어도 원금을 구경하기는 힘들어진다.

이제 차이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추가납입이다. 그리고 줄어든 납입기간이다. 납입기간을 가능한 한 총 납입금액을 고려해 최소화시키고 추가납입을 무조건 활용해야만 한다. 추가납입을 할 수 없다면 절대 가입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저축목적이라는 부분은 먼 나라 얘기가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영업현장에서 보험설계사들이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처럼 가입시킨다면 보험설계사들의 수수료가 현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 돈을 벌자고 남의 돈을 축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FC(Financial Consultant)라 자칭하면서 왜 보험만 외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재무설계라는 껍데기만 걸치고 속내는 보험가입만 외치고 있는 보험시장의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남의 돈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일을 하라고 가르쳐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기준점은 누구나 다르다. 그래서 각자 내어놓는 결론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이라는 영역에서 만큼은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덕목을 보험설계사들이 필히 가져야만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