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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13 05:10:45

한 예술가가 최근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지난 2005년 독일 베를린시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장벽에 누군가 스프레이페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한 그라피티 예술가의 퍼포먼스였다.

그라피티란 건축물의 외벽, 교각 등에 스프레이페인트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넣는 기법으로 낙서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낸 분야다. 실제 독일 베를린의 일부 벽면에는 이 같은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그림을 그려 넣은 장 모씨도 이 같은 영향을 받아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그라피티가 낙서를 예술로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그 역시 낙서의 일종임은 틀림없다. 더욱이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서, 더욱이 의미 깊은 사료를 지우면서까지 덧칠해진 그라피티는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비판이 이어졌고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수일 내 장 씨는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가 한 낙서 뒤로는 분단의 상처를 지녔을 그 시절 동·서독 흔적들이 있었다. 스프레이페인트의 뚜껑을 딸 때만 해도 그린 장 씨는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수 있다. 당연하다. 알았다면 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했고 본인의 예술혼을 불태우겠다는 이유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사실 대부분이 그렇다. 일부 부작용을 예상만 하는 수준에서도 훌륭하다. 대게 당초 의지를 관철시키고야 만다. 어느 곳보다 더욱 저울질의 시간이 필요한 정치권에서 이 같은 모습은 도드라진다. 극단적인 두 당이 서로를 견제하며 대게 대척점의 주장을 갖은 논리와 함께 펼친다.

그리곤 정권을 잡은 당이 마치 맹목적인 모습으로 밀어붙이고 반대당은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결과가 좋으면 지지성향에 따라 유권자들은 패를 나눠 다툰다. 그러다 어느새 혼돈에 빠진다. 내가 이 정책을 지지하는지 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인을 지지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상대 당이라면 그저 싫어질 뿐이다.

본질을 봐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내 나라 내 동네의 일이고 나와 내 가족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문제임을 인지해야 한다. 정책이 내 입맛에 맞는지 맛봐야 한다. 두 당이 싸울 때 우린 논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이점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점쳐봐야 한다. 그리곤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선 분명 어려운 일이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수용하고 싶지 않다면 투표하자. 어디 가서 “내가 낸 세금 받는 네들이 이럴 수 있느냐”며 무례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싶지 않다면 투표하자. 아직 준비가 안됐다면 적어도 투표장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그들의 공약집을 읽어보길 바란다. 투표란 그래야 한다.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