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묻기보단 나눠지는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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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묻기보단 나눠지는 리더십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13 22:19:12

희망퇴직(希望退職).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직하는 일, 또는 사용자가 인원 감축을 위하여 종업원에게 퇴직 희망을 물어 해고하는 일이다. 본인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흔히 사용되는 해고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되거나 회사의 재무사정이 어려워질 때 일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기도 한다. ‘희망’이란 이름이 달려있지만 갑작스럽게 퇴직을 통보받은 직원들에겐 ‘절망’에 더 가까운 셈이다.

희망퇴직은 사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중견·중소기업에서도 흔히 있는 인력 조정 수단이다. 최근 1세대 벤처기업으로 불리는 휴맥스에서도 희망퇴직을 단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직원들은 “사실상 퇴직원 제출을 강요하기 때문에 강제퇴직과 다름없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직원은 자신의 SNS에 “내 젊음의 반을 바친 회사가 있다. 지금 퇴직을 직원들에게 권하고 있다. 왜 직원들이지. 잘못은 경영진인데 내몰면서 저성과자 운운하지 마라. ‘미안하다’고 하기에도 모자랄 판이다. 악의 축만 남았다”며 현 상황을 한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업은 지속경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단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퇴사를 강요당하는 직원들은 배신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은 책임을 지지 않지만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해 온 직원들에게 그 책임을 돌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퇴직 과정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경우 더욱 직원들의 불만은 높아진다. 지난 2016년 희망퇴직 거부자를 화장실 앞에서 일하도록 한 휴스틸이 대표적인 예다. 휴스틸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장 및 대리급 직원 89명에게 희망퇴직 명목의 사직원 제출을 요구했다. 직원들은 “실제로는 사직원 제출을 강요한 부당해고였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노동위원회는 해당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휴스틸은 복직한 직원들에게 화장실 앞에 배치된 책상에서 근무토록 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같은 해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모트롤도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면벽 근무를 시켜 비난을 면치 못했다.

회사가 위기라면 엄밀히 최종 책임은 주요 경영현안을 결정하는 경영진에게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라도 죄인 취급을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동안 회사에 몸담았던 직원들에게 원치 않는 퇴직을 강요한다면 적어도 미안한 마음이 깔려있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성과자들이 희망퇴직 대상자일 순 있다. 그들을 두둔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 온 직원들을 홀대하는 회사의 태도를 지적하고자 함이다. 정작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임원들이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는 많은 반면 희망퇴직 등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왜 힘없는 직원들의 희생만 당연한 것일까. 경영진들이 져야할 책임의 무게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더 이상 아랫사람만 다그치는 하향식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경영진의 고통분담이 병행됐을 때 직원들도 회사의 어려운 사정에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실적이 나쁘면 CEO(최고경영자)가 사퇴하거나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통분담을 통해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경영진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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