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보수가 죽어야 참 보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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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보수가 죽어야 참 보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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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15 11:00:49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들인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미국행을 선택했다.

선거결과가 나온 지 만 하루도 안 돼, 자칭 ‘보수의 아이콘’들은 대한민국 보수정치를 제대로 망가뜨린 채 2선으로 물러났다. 지방권력의 80% 이상을 민주당에 내주며 보수정치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 온 그들은 ‘사퇴’와 ‘성찰’이란 관대한 셀프 처분을 내렸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정당은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고, 신망을 잃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수구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이 상태로 2020년 총선을 치른다면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궤멸수준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분을 삭였고, 안 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복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보수·진보진영을 망라하고 ‘보수는 한번쯤 죽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언론들은 ‘자유한국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고까지 말했다.

‘보수정치의 고유한 철학’이 있는데도, 해외의 보수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한국의 보수정당이 국민의 지탄의 대상된 이유는 분명하다.

보수정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양 축으로 한다. ‘국민주권’과 ‘3권 분립’이 명시된 대한민국 헌법은 보수정치인에게 있어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다. 진보(또는 좌파)와 달리 점진적 개혁을 추구한다.

정반합(正反合)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를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반면 한국의 보수정당은 천민자본주의와 결탁하고, 특권의식에 찌든 채 ‘보수의 대표정당’을 자임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상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의 보수 세력은 규모면이나 세력면에서 강력하다. 하지만 ‘보수’에 대한 철학과 관점은 불분명하고, 제각각이다.

1948년 5월 10일 국민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승만, 장 면, 신익희, 허 정, 윤치영 등 보수우파 중심의 198명은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같은 7월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인 ‘제헌헌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다소 충격적이다.

제18조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제19조 노령, 질병 기타 근로능력의 상실로 인하여 생활유지의 능력이 없는 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84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제85조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하거나 또는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제87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까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 하에 둔다.

제88조 국방상 또는 국민생활상 긴절한 필요에 의하여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또는 그 경영을 통제, 관리함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요약하면, 국영 중심의 경제 질서 내에서 개인의 재산권과 영리추구 권리는 제한될 수 있으며, 근로자가 회사 이익을 균점할 수 있도록 제헌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사전 설명이 없었다면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우김길 할 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보수우파 중심의 제헌의회는 헌법 전문에 나와 있듯이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헌법을 제정했다.

대한민국의 보수정치는 천민자본주의와 특권을 향유해 온 보수 세력과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무드를 ‘정치쇼’로 규정한 정치인, 특권층의 이익을 시장질서로 왜곡한 국회의원, 지역감정을 부추겨 온 관료들, 수십조 원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긴 대통령, 허수아비 대통령 밑에서 사익을 챙긴 ‘패거리들’이 우리나라의 보수를 대표할 수는 없다.

지금의 보수가 죽어야 진정한 보수가 태어날 수 있다. 특권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대표직 사퇴’와 ‘성찰의 시간’이 아니라 퇴장이다. 대한민국도 보수철학을 구현하려는 보수정당을 가질 권리가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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