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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대법원이 재판거래 의혹을 둘러싸고 권위와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민망하다 못해 볼썽사납기 그지없는 권력기관의 추락이다. 현직 대법관 절반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부터가 눈과 귀를 의심해야 할 정도로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받는 충격이 크다.
나아가 존경을 받는 사회적 지위에 있는 이들 대법관들이 패가 갈려 아웅다웅하고 있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또 전국 판사들 사이에서도 검찰수사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 여론으로 갈려 격렬한 대립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까지 하고 있어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다.
단죄의 중심에 서 있는 법관들의 중차대한 업무를 감안하면 도덕성을 의심할만한 사안들이 이슈화 된 것은 차라리 비극이다. 단죄를 먼저 받아야 할 사람들이 단죄를 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는 극도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원은 외부의 인위적인 외과수술을 받기 이전에 철저한 자성과 반성을 통해 총체적인 자기정화를 해 나가야 한다.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법조인들이 이를 게을리 할 때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국가기강까지 총체적으로 문란해진다.
막강한 권력의 중심에 선 국정원 잔혹사가 재연된 것도 볼썽사납다 못해 이젠 창피하기까지 하다. 박근혜 전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3명이 모두 3년~3년 6개월의 실형을 일제히 선고 받았다. 머리가 희끗한 이들이 나란히 수갑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착잡하기까지 했다.
국정원은 역대 정권에서도 수장을 지낸 사람들 상당수가 수갑을 차고 수감되는 부침을 계속 겪어 왔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은 마치 권력의 시녀처럼 정권이 시키는 일을 분별없이 해 오다 권력이 바뀌면 여지없이 칼을 맞았다.
군사정부 시절은 물론이고 보-혁 정권을 넘나들면서 단 한 번도 조용하게 넘어간 일이 없게 되면서 국정원은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존폐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권력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도덕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개혁작업이 필요하다.
대검찰청도 국민들에게 민낯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사령탑 대검찰청이 검찰 자신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국민들에게 대검의 오명을 알몸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더욱이 셀프수사 정 조준이 된 부서가 부패척결을 지휘한 반부패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잇단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건의 중심에 오르내린 것 역시 큰 충격이다. 그것도 검찰을 좌지우지 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회적 파장이 큰 미투 성추행과 관련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는 컸다. 성추행뿐만 아니라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지휘를 받는 기관의 압수수색을 잇따라 당해 온 법무부는 정체성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왔다.
경찰청 또한 권력형 비위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해 잊을 만하면 국민들의 눈총을 사 오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MB정부 당시 댓글공작 의혹과 관련해 총 사령탑인 경찰청의 핵심부서들인 보안국과 정보국은 물론 대변인실까지 경찰 자신의 압수수색을 받아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금융계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도 검찰 조사와 압수수색을 받는 사건이 종종 뉴스를 타고 있다. 특히 금감원 직원들이 장모와 처형 명의로 주식거래를 한 사건의 경우는 얼굴을 들 수 없는 비위행위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비리와 관련한 사건만으로 두 차례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밖에도 경제 검찰 공정위나 금융계 사령탑인 금융위 등 경제관련 권력기관들 또한 과거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고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공정위나 금융위는 여전히 권력이 막강한 만큼 내부적으로 방심하면 비위행위에 빠져 외부의 메스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의 경우도 전직 수장들이 임기 후 처벌을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주부터 내달 초까지 대검철창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눈길을 끈다. 이번 감사는 지금까지 이뤄져 왔던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감사가 아닌 검찰청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감사원은 또 청와대와 국정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일 계획을 잡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권력의 식물감사기관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감사원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감사를 벌일지 예의 주목된다.
청와대를 비롯한 대법원, 국정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은 이른바 대표적인 무소불위 권력기관들로 주저 없이 꼽힌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이들 기관들은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힘의 보루이자 최후의 정의를 실현해야 할 중심에 있다. 따라서 이들의 추락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최대 불운이다.
권력형 비리가 흔한 사건이 된지 오래라는 것이 심한 자괴감을 들게 한다. 더 이상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비리는 가장 깨끗해야 할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오히려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배신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바로 세우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결국 현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고위공직자비리수처(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약속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공수처 신설 방안을 내놓은지 8개월여 지났다. 권력기관들의 비위사건이 계속 이어진다면 현 정부는 공수처 설치에 강한 힘을 얻게 된다.
그렇다고 옥상옥 권력이 될 수 있는 공수처가 반드시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들이 권력을 겸손하게 인식하고 대하는 청렴성을 강하게 무장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권력기관 내부에서 강력한 자정기능을 갖추는 것이 비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안이다. 아울러 정부는 권력을 상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제도들을 다양하게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권력기관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믿음직한 언덕이 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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