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왕 허진수 명성 재뿌린 복심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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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18 00:02:00

지난해 석유·화학·정유 업계는 최고의 호황기를 지냈다. 각종 대·내외적 호재에 힙입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우리나라 정유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큰 수혜자로 불리며 당당한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이들 기업은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무엇보다 GS칼텍스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단순히 수익성 뿐 아니라 각종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중시하는 풍토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GS칼텍스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 확산은 심각함 그 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올 1분기 GS칼텍스의 영업이익(연결)은 2807억원으로 전년 동기(585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을 밑도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더욱 암울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1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실적인 5629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3분에 1도 안 되는 참담한 수준이다.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개선된다 하더라도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협력사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협력사는 GS칼텍스는 협력사의 수출 계약을 빼앗고 보상금 지급 약속도 지켜지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GS칼텍스와의 거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담당 직원에게 성접대를 해야 했다고 성토했다.

GS칼텍스는 사실 부정이 아닌 “원만한 합의를 진행중이다”는 입장을 밝혀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GS칼텍스가 무던히도 강조해 온 ‘투명경영’이 무색하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재벌기업의 갑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GS칼텍스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실적 부진, 갑질 논란 등 각종 부정적 이슈에 따른 책임의 화살은 지난해 말 GS칼텍스 대표이사로 등극한 김형국 사장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말 2018년도 GS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GS칼텍스 수장에 오른 김 사장은 지난 2008년 처음 임원으로 발탁된 후 불과 10년여 만에 사장에 까지 올라 업계 안팎의 조명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GS그룹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취임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연거푸 불거진 부정적 이슈로 인해 김 사장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특히 두터운 신임을 보였던 오너 일가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GS칼텍스를 맡아 온 허진수 회장이 발탁한 인물로 알려졌다. 허 회장 취임 1년 만에 김 사장이 그룹 주력계열사의 대표이사로 고속 승진한 점은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김 사장을 향한 책임의 화살은 ‘CEO자질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 회장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GS칼텍스 회장으로서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펼친 이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아 왔다. 소탈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GS칼텍스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오너 경영인으로 평가돼 왔다. 재계 안팎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에 이어 그룹 경영의 키를 물려받을 인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올 정도였다.

김 사장에 대한 ‘자질론’으로 인해 허 회장의 상승행보가 차질을 빚게 될까 우려스럽다. 허 회장이 단순히 한 기업의 오너가 아닌 우리나라 석유·화학·정유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남다르다. 안타까운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지고 있는데도 허 회장이 뾰족한 해결책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상승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주변의 불안감을 종식시킬 허진수 회장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