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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상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깜짝 스타는 북한의 김정은이다. ‘은둔의 지도자’라는 베일을 과감하게 벗고 국제무대에 당당하게 등장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틈새를 비집고 드나들면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계획된 행보임이 여러 군데서 감지된다. 북한이 그동안 핵무기 개발에 왜 그토록 공을 들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한편으론 경제적 난국을 탈피하기 위해 상대와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계산도 분명해 보인다. 미국으로부터 단계적 비핵화라는 시간벌기 작전으로 임기가 정해진 트럼프를 안달케 하면서 최대한의 보따리를 풀도록 유도한다. 체제 보장과 종전 선언,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 미군 철수까지 시야에 넣고 움직이는 모습이다.
중국에게는 북한이 미국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지 않다는 것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한다. 이를 통해 미국을 긴장시키고 한국에게는 미국에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매개로 펼치는 상대와의 경제적 딜에도 능수능란하다. 우선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를 푸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야만 다른 나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벌써 북한과의 경제협력 패키지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롤 모델이라는 점과 지리적 인접성, 체제의 동질성 등을 내세우면서 한국보다 우월적인 위치에서 북한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일본은 자칫 이 과정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이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북한에게 정상회담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또 다른 강대국인 러시아도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잔뜩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마치 북한이 잘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해서 움직이는 듯하다. 특히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는 관련 당사국들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이를 통해 더 많은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술수가 돋보이기도 한다.
미국은 북한 문제 해결을 통해 세계의 경찰국이라는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일련의 상황 전개가 트럼프 정권의 중간선거·재선(再選) 전략에 철저하게 맞춰져 있다. 김정은과의 회담 결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서는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공격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을 애써 강조한다.
북핵 해결과 관련 트럼프 정권이 의도하고 있는 더 큰 노림수가 있다. 중국 길들이기를 통해 미국에 백기를 들 것을 집요하게 강요한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보복 관세와 중국의 기술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
중국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한편으론 기존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과의 관계 재설정을 시도하고 있다. 미군 주둔 혹은 군사훈련 비용 문제를 공공연하게 꺼내들며 압박을 가한다. 미국 상품에 대한 더 많은 구매와 더불어 한국·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 강요한다. 복잡한 미국의 계산식이다.
다자간 이해구조, 우리만의 계산법 도출…다양한 시나리오 플랜 필요
중국도 만만찮은 셈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북한을 중간에 두고 결국 중국과 치킨 게임을 벌이려는 미국의 의중을 익히 간파하고 있다. 치킨(패자)이 되지 않기 위해 미국에 강(强)·온(溫) 전략을 병행 구사한다.
북핵 해결을 위한 미국 주도의 제재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조하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시늉한다. 반면 중국을 타깃으로 한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해서는 밀리지 않으려 맞받아친다.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티기 전략으로 적절한 타협점이 발견되면 다소 양보를 하더라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해선 미국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중국과의 공조가 필연적임을 강조한다. 현재의 국면 전개는 물론 장래에 있을 북한의 대외 개방이 서방 주도가 아닌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전개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에 개방형 시장경제 골격을 성공적으로 유지해 나오고 있는 중국만이 현 북한 체제를 지지해줄 수 있는 강력한 끈임을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북·중간의 신뢰가 갈수록 굳어질 것이다.
이처럼 북핵 문제 해결을 두고 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의 계산법이 복잡하다.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좌표 설정을 해놓고 있으며 단순 계산식이 아닌 다양한 포석을 깔고 있음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도 나름대로의 계산식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단순히 같은 민족임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접근으로 순진함이나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새겨야 한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다자(多者)간의 이해구조를 읽으면서 냉철함과 이성적 판단을 견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보면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닥쳤을 때 속수무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에 대한 미국의 불편함이 갖고 올 돌발변수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의 정치 일정,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 등을 놓고 보면 북핵이라는 중요한 매개체를 계속 긍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힘이 아직은 더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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