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주(雑株)만 물려받은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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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주(雑株)만 물려받은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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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29 10:05:22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3김 시대가 마감됐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정말 3김 시대는 끝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 정치사 그 자체라 할 만한 3김 시대의 서막(序幕)은 1970년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부터다.

이듬해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맞서기 위해서는 ‘젊고 참신한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원로정치인들이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 상대가 어리거나, 상대를 얕잡아 볼 때 쓰는 말)라며 40대 기수론을 폄하했지만, 구태정치에 싫증을 느낀 당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세를 형성했고 신민당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3김 시대의 1막은(1幕) 박정희 정권의 위협적 존재로 성장한 DJ가 본격적인 탄압을 당하고, YS가 신민당을 이끌며 박정희 독재에 정면으로 맞서던 때다. ‘김대중납치사건’, ‘초산테러사건’ 등 생명이 위협 당할수록 DJ와 YS는 민주화 운동의 강도를 더욱 높여 나갔다.

전두환 정권의 탄압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 양김(兩金)의 분열과 3당 합당 등 3김 시대의 2막(2幕)은 ‘권력투쟁의 시기’로 요약된다. JP를 포함한 3김의 계파정치가 한국정치의 병폐로 자리 잡은 시기이기도 하다.

3김 시대의 종막(終幕)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수평적 정권교체, IMF 극복, 남북교류 등 YS와 DJ의 정치철학이 발현 된 시기라 볼 수 있다. 반면, 계파정치의 병폐는 여전했고, 비선(秘線)들의 정치 개입을 불러오기도 했다.

3김 시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YS와 DJ, JP 모두 뛰어난 정치력과 안목을 가진 리더였기 때문이다. 특히, DJ는 세계적인 정치인 반열에 올라서 있다. 3김 시대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 공(功), 폐해로 지적되는 과(過)가 극명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절차 민주주의와 투명한 정치체계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 내 헤게모니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한지 1주일도 안 돼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간 혈투가 벌어졌다. 상대를 향해 ‘물러나라’며 연일 삿대질이다.

△국정농단의 책임을 외면한 친(親)박근혜 계(系) △자기 보신(保身)에 급급해 쓴 소리 한번 못한 비(非)박 계 △차기 당권에만 여념 없는 친 홍준표 계 △이당 저당 기웃거리다 비박계 타도 전위대로 노선을 정한 친 김무성 계 등 계파 수도 많다. 뚜렷한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으로 뭉친것도 아닌데 전투력 만큼은 상당하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 안철수 계, 비 안철수 계, 친 유승민 계 의원들간의 틈이 더 벌어졌다. 적대적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갈지 불안하다. 자연스레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셈법에 분주하다.

3김 정치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 정당에서 YS와 DJ가 남겨 놓은 ‘민주화와 개혁’이란 우량주(株)는 찾아보기 어렵다. ‘계파정치와 비선개입’이란 잡주(雑株)만 물려받은 모양이다. 나아가 ‘살생부’라는 진화된 잡주들만 만들어 내고 있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숨죽여 있지만, 어느 순간 계파정치의 본색이 수면위로 떠 오를지 알 수 없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4년 초부터 2017년 19대 대선 전까지, 3년 넘게 벌어진 비문(재인) 친문 간의 지리한 싸움을 국민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3김 시대 마감’이 ‘3김 정치의 폐해 종식’을 뜻하지 않는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 것처럼, 국민들도 잡주가 우량주가 되기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