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대통령 명성 먹칠한 도로공사 이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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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02 01:21:09

한국도로공사는 도로의 설치 및 관리, 도로 정비 촉진 등 도로교통의 발달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익적 성격이 특히 짙은 공기업이기도 하다. 주요 사업의 공공성 정도나 규모만 놓고 봤을 때 한국전력과 함께 우리나라 공기업의 양대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도로공사는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의 목적 자체가 국민인 덕분에 많은 국민들의 신망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평가에 빛이 바랬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도로공사는 후진적 조직구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개선 의지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 ‘노동적폐’라고 규정지은 사안에 부합되는 부분이 많다. 여성을 배제한 남성 중심의 임원 구성, 높은 외부용역 비율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올 1분기 기준 한국도로공사는 직제상 정원이 7명인 ‘상임임원’ 전원이 남성이었다. 고위 임원에 속하는 ‘1급’ 역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급’의 경우 직제상 정원이 40명이나 된다. 직제상 정원 408명인 ‘2급갑’의 경우, 현재 채용인원 121명 모두가 남자였다. 이 역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급을’은 그나마 여성이 소수 존재하긴 했지만 남성에 비해선 턱없이 적었다. 총 287명 중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0.7%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대로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 비율은 높아졌다. ‘3급’은 1184명 중 60명으로 여성 비율은 5% 가량 됐다. ‘4급’은 11.6%, 5급은 17.4% 등이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새 정부는 내각의 여성비율 30%에서 출발해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남녀동수내각’을 이루겠다”며 “공공부문이 앞장서 유리천장을 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내각부터 순차적으로 유리천장 없애기 공약을 이행했고 이후 공공부문으로 점차 확대해 나갔다. 도로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리천장 없애기 노력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도로공사는 최근 노동계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파견·용역직 채용 비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 1분기 말 기준 도로공사 내 파견·용역직 인원은 무려 9349명이나 됐다. 정규직 인원 4957명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정규직 인원에서 무기계약직을 합친 전체 임직원 숫자인 6166명 보다도 3000명 이상 많았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파견·용역직인 셈이다.

최근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도로공사의 조직 구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노동 정책 발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유 공기업마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에 정부 입김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도로공사를 둘러싼 ‘노동적폐’ 논란은 취임 당시 ‘낙하산’ 의혹까지 받을 정도로 문재인정부와 밀접한 인연을 맺은 이강래 사장 체제 하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그나마 낙하산 의혹이 일부 희석될 수 있었던 이유가 정부의 정책코드를 무리 없이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노동적폐’ 논란은 유독 안타깝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도로공사의 전근대적 조직구조와 조직문화 등은 문재인정부의 친노동 정책 발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친노동 대통령’ 명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최종 선택은 문 대통령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사가 공기업의 본분에 맞게 정부 정책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장 교체 카드도 선택지에 놓고 심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선택에 향후 4년의 국정동력 운명이 달려있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