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은 ‘건전한 논의’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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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04 00:34:51

사실 셔츠 단추를 어긋나게 낀 사람들을 이해 못한다. 분명 그 전부터 그랬겠지만 기억에 있어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셔츠단추를 꿰는데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법은 간단하다. 모든 단추를 잘 궬 필요는 없다. 어차피 습관이니까. 첫 단추에 걸맞는 구멍을 찾는데 익숙해지면 된다.

한 때는 한목소리를 내던 청년들이 서로 다른 정치노선을 택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것 역시 첫 단추의 결과다. 한두 발자국 차이에서 시작된 시각의 차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평행선으로 커져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 정치계는 개인의 판단보단 서로를 헐뜯어야만 하는 숙명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선택보단 당의 선택이 우선돼는 분위기 속에서 상대당의 철학이 설사 마음에 들더라도 당과 정치인 개인의 지지층을 위해 반대해야만 하는, 이른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각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전선에 선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올바른 민주주의란 결국 각기 다른 의견을 모으고 올바를 해법을 제시하며 이를 절충하는데 미덕을 둬야 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반대하며 각자 극렬히 주장하는 안건 하나씩을 맞바꾸는데 사용한다. 가령 상대가 A안건을 찬성해주는 대가로 반대해 온 B의 국회통과에 힘을 싣거나 하는 방식의 시소게임이 펼쳐지는 셈이다.

결국 사회의 개별안건은 이 같은 이분법적 시각의 결과물들이 넘쳐나게 됐다. 시소의 중간에서서 올바른 방안마련에 몰두해야 할 정부도 정권의 방향성을 핑계로 시소 한쪽의 힘만 실어주는데 급급하다. 결국 그들의 미니게임 속에서 시민들의 의견과 여론은 묵살 당하기 일쑤다.

예멘난민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단순히 이들을 받아주느냐 마느냐의 다툼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약소국이었을 당시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받고 심지어 임시정부수립 마저 타국에서 일궜던 우리민족이 이들을 외면해선 안 될뿐더러 국제사회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국 내 일자리·치안 등을 우려해 들여놔서는 안 된다는 입장의 다툼이다.

물론 해답은 없다. 그렇기에 우위에 선 여론이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위에 선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이에 대한 해법을 풀어야 할 정치권은 자기살림을 정비하는데 바빠 미쳐 여력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어쩌면 쉽사리 한쪽 여론의 편을 들었다 역풍을 맞을까 몸을 사리는 모양새로 비춰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예민할 사안일수록 정치권은 정쟁을 거뒀고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쟁점만을 놓고 서로 으르렁거렸다. 그래서였을까. 점차 우리사회는 건전한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 고작 기사 하나를 두고 댓글로서 다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댓글은 논의라기보다 제 목소리만 내는데 급급한 장터에 불과하다.

어른들의 행동 그대로는 뉴스에 담겨 가정에 전달됐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성장해 온 세대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법을 잊었으며 논의 대신 싸움에만 익숙해졌다. 결국 이 같은 세대 간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해법을 찾기보다 누군가가 내놓은 해법을 저울질하고 상대를 헐뜯는데 몰두하는 민족으로 전락할 것 같은 우려마저 든다.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논의할 줄 모르니 합의할 줄 모르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더욱 난처해한다. 월급 줄을 쥐고 있는 오너경영인의 결정에 ‘YES'밖에 할 줄 모르는 비정상적 예스맨이 양산된다. 오너가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생겨 자리를 비웠을 때 발생하는 오너리스크의 근간은 빈자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결정하지 못하게 된 습관의 문제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여당에서는 오너의 지배력이 과도하다며 내려놓을 것만을 주장한다. 당장의 부작용은 아랑곳 않는다. 정치적 지지층들의 의견만을 수렴하는 모습이다. 원인을 찾아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생각은 부족해 보인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저 나름의 논리를 갖고 또 다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설 것이다.

숱한 주주들의 투자를 받아놓고 오너의 독단적 경영판단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은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내식 공급차질이 빚어진 아시아나항공의 이면에도 박삼구 회장의 그룹재건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에도 무리한 재건이란 비판이 뒤따랐는데 결국 그 부작용이 오늘의 참사와 비극을 낳게 된 꼴이다.

상대의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 내가 대주주고, 회사의 주인이라 해서 모두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그를 향해 반대표도 던질 수 있는 임직원이 우리사회엔 필요하다. 모두 건전한 논의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메비우스의 띠와 같이 악순환의 연속이라면 어차피 시작도 끝도 없다. 지금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 작은 힘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논의를 지켜주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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