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지 없는 경청은 소통 아니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실천의지 없는 경청은 소통 아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06 14:47:00

이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국민들이 염원했던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 아닐까 싶다. 불통과 권위로 일관했던 지난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환멸을 느꼈고 억눌러온 불만이 쌓이고 쌓여 표출된 게 재작년 겨울의 촛불시위였다. 시위에 참여한 국민들은 저마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정부의 개선을 요구했다. 그간 억눌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은 시위현장에 참여해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정부가 들어서며 함께 탄생한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자 정부에서 도입한 정책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간단하게 정부에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으며 청원에 20만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하면 정부는 의무적으로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답변의 의무로 인해 민감한 주제의 청원에도 정부는 꼬박꼬박 응답을 했다. 여기까지는 국민을 위해야 할 정부의 바람직한 자세로 보인다.

다만 20만명의 인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 모든 목소리가 정부에 닿는 건 아니다. 개개인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대로 사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매일같이 수백 개의 청원이 올라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그렇게 흘러지나간 이들의 목소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지나갈 줄 어림짐작하면서도 국민들은 답답한 마음에 청원글을 올린다. 누구라도 자신의 형편과 목소리를 알아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의 표출이다.

기자가 취재를 떠난 현장 중 몇 장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을 보고 방문한 곳이다. 비록 20만명의 공감을 얻진 못했으나 수천에서 수만명의 공감을 얻은 목소리에 응답하고 싶은 기자의 작은 사명감(使命感) 때문이었다. 그렇게 방문한 현장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일이 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최소한 지역사회에서 만큼은 위급한 이슈가 자리했다.

얼마 전 방문했던 금천구 시흥사거리엔 자동차 도장시설 건립이 한창이었다. 지역주민들은 도장시설에서 흘러나올 발암물질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도장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중 한 방편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도 이용했다. 물론 해당 내용에 공감하는 이가 적어 정부의 답변을 얻기 어려웠다. 지역 주민 스스로도 그 사실에 어느 정도 수긍하며 다른 방법을 찾는 모양새였다. 그들은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다만 기관의 대답은 미지근했다.

이번 정부 들어 국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대해 응답하는 장치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목소리는 목소리에 그칠 뿐 현실에서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목소리에 대답할 자세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기자는 금천구 취재에 나서며 구청에 도장시설 설립허가에 대한 법적인 내용과 민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얻기까지 약 2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주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사례다. 진정한 경청은 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수용까지 이어져야 한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