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명운건 저출산대책 비웃는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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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08 20:09:31

최근 정부는 신혼부부 및 청년들을 위한 주거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 내놨던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신혼부부와 청년에 대한 지원방안이 확대됐다. △공적임대주택 25만호 공급 △신혼희망타운 10만호 공급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10만호 특별공급 확대 △한부모가족 공공주택 지원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지원 방안을 살펴보면 정부가 얼마나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신혼부부 전용대출을 마련해 대출금리를 우대해주고 한도도 상향조정하는 등 금융지원책이 포함됐으며, 심지어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한 신혼부부에게는 취득세 50% 감면 혜택까지 주어진다. 그간 정부가 내놨던 저출산 대책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신혼부부들의 주거 지원에 나선 이유는 우리나라 출산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아기 울음소리 듣기 힘들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급전직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및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10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날이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그 폭도 매년 가파르게 꺽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토막날 정도로 인구절벽에 직면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현재 한국은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땅덩어리는 좁고 인적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저출산은 경제와도 직결된다.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인 셈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급격한 고공성장을 이뤄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번엔 부정적 의미에서 또 다시 한강의 기적을 이룰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정부가 청년층 결혼기피 풍조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신증권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결혼을 최대한 늦추라는 취지의 금융정보를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9일 공식 블로그 채널에 ‘내집마련 꿈꾼다면 혼인신고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금융정보를 게시하고 무주택 신혼부부가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아내가 임신한 이후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주거종합계획에서 7년 이내 신혼부부 중 자녀가 있을 경우 주택공급 1순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발언의 근거로 풀이된다.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추는 게 청약자격 기간을 연장해주는 셈이니 혼인신고를 늦게할수록 유리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또 정부 지원 대출상품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부부가 합산소득 7000만원을 넘길 경우 혼인신고 전에 배우자 단독으로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청년실업과 주거난 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미루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신증권은 혼인신고라는 행정절차의 빈틈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결국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라고 종용한 셈이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문제인식은 찾아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신증권이 제공한 정보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예비부부들조차 이익을 챙기기 위해 혼인신고를 늦출 공산이 크다. 저출산 현상은 삶의 질이 악화된 결과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정책만으로 결혼과 출산 기피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대신증권의 행동은 상황을 더 안좋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앞선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