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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동맹도 적도 없다. 통상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미국의 이익에 반(反)하는 모든 상대가 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對) 반(反)트럼프의 전쟁 양상이 되고 있다.
일차적인 상대가 중국이긴 하지만 EU로의 전면전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이나 한국 등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은 직·간접적으로 이 전쟁의 포함돼 있다. 이런 현상의 지속은 특히 우리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에게 치명타가 될 공산이 크다.
이는 트럼프가 내세우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매파들의 판단에서 기초한다. 무역 상대를 더 압박하면 미국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아직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오는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2020년 대선(大選)까지는 트럼프의 이러한 노선이 크게 꺾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을 깔고 있기는 하지만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트럼프식 가미가제 (かみかぜ) 무역 전쟁의 본질이다.
과연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미국의 의도대로 상대를 굴복시키면서 그들에게 유리한 리그로 계속 끌고 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많다. 미국 내에서도 이익을 보는 집단이 생겨날 수 있지만 반대로 손해를 보는 부류들도 많다.
글로벌하게 보면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로 귀착될 것이라는 조짐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2차 대전 이후 지속돼온 자유무역 체제와 글로벌화가 글로벌 경제를 촘촘하게 엮어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1970년대 이후 미국이 국내 제조업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로 이전을 시작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더 이상 제조업 선도 국가가 아니며, 제조업의 균형이 글로벌하게 분산돼 있는 형국이다.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 등 일부 국가들도 이러한 균형추에 합세하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위세를 가지고 세계 경제를 끊임없이 협박해 왔다. 트럼프의 오기(傲氣)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달러 패권을 무기로 기울어진 글로벌 제조업 운동장을 미국 쪽으로 옮겨오기 위한 일종의 발작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 점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누구도 이 지리한 무역전쟁의 승자가 될 수 없고, 결국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지구촌 전체가 큰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 공급 사슬에 엮어 있는 정도가 큰 나라일수록 피해를 볼 확률이 높으며, 한국이 바로 대표적인 그런 나라다.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대외의존도가 낮으며, 미국의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남아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EU도 미국에 맞불을 놓으면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갈려고 할 것이다.
외형상으로 미국은 ‘공정(Fair)무역’,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진영들은 ‘자유(Free)무역'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이 또한 명분에 불과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자국 우선주의가 배경이 되고 있다. 무역 전쟁이 마침내 차(車)로 전이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차야 말로 글로벌 공급·생산 체제가 가장 완벽하게 작동되는 산업이다. 철강이나 부품·액세서리 등으로 광범위하게 전후방 연관선업 효과가 큰 것이 특징이며, 상당수의 우리 기업이 글로벌 공급 사슬에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을 차리면 살아날 길이 보이며, 의외의 이익도 챙길 수 있다
향후 2년 이상 벌어질 살벌한 세계 경제 새판 짜기 형태의 글로벌 무역전쟁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던져지고 있는 또 하나의 딜레마다. 벌써부터 섣부른 글로벌 경제의 ‘퍼펙트 스톰(Prefect Storm: 대재앙)’시나리오가 예고되고 있기도 하다.
일차 시그널로 글로벌 증시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아시아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4중고(苦)로 인해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무역전쟁에 더해 부채폭탄·주가 하락·위안화 가치 하락이라는 경제의 뇌관들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잘 나가던 일본 경제도 흔들린다. 제조업 체감경기가 2분기 연속 하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는 더 심각하다. 무역 전쟁의 여파도 있지만 반도체·석유화학을 제외한 우리 기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지금 당장보다 미래가 더 문제다.
또 하나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이다. 우리를 포함한 대다수의 신흥국들이 이 위험의 상단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의 악재가 우리 경제를 송두리째 뽑혀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움직임은 가시적이지 않고,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하다.
구태여 무역 전쟁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 전이다. 무역 전면전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차이나로 글로벌 공급 사슬 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지구촌의 제대로 된 나라들은 대부분 집안 환경을 정비하면서 대외적인 위협에 대응하는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이 와중에 북한은 트럼피즘과 반(反)트럼피즘의 국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교묘하게 틈새를 파고든다. 민족의 사활이 걸린 이 문제를 결코 도외시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한 인식, 이를 대처하는 우선순위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실기(失機)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시간에도 수도권보다 지방 경제는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도미노처럼 북쪽으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정신을 차리면 살 길이 보이지만 무방비 상태로 있으면 모두가 끝장이다. 무역 전쟁이라는 치킨 게임이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글로벌 경제의 축적된 저항력이 트럼프의 정치적 놀음을 제어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해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 전쟁에는 국가에 따라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익이 생겨날 수도 있다. 글로벌 이익 구조가 재구성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무너질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상황을 조기 예측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이나 노동자 등 우리 경제 주체들이 같이 살아남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코너에 몰린 기업이 시련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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