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해소는 못할망정 초치는 금융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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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13 21:16:49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대립 구도가 격화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각종 금융정책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각자의 주장만 고수하다보니 결론은 내지 못한 채 갈등만 고조되고 있어서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잔뜩 움츠리고만 있다. 행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불안한 기색만 드러낼 뿐이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를 두고서도 양 기관의 대립 구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2일 금융위 산하 조직인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논란에 대한 금감원 조치안 심의를 의결한 결과 일부 수용되긴 했지만 정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지배력 판단과 가치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선 재감리 결정을 내리면서 판단을 미뤘다.

이 과정에서 증선위는 비판의 화살을 금감원에 돌리는듯 한 발언까지 덧붙였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방법 변경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했지만, 핵심쟁점에 대한 금감원 판단이 유보돼 있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반쪽짜리 결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어느정도 예견된 사태였다. 이를 두고 이미 두 기관은 미묘한 기싸움을 펼친 바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기준을 돌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게 고의 분식회계라는 입장인데, 증선위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설립 직후인 2012~2014년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가 함께 검토돼야 고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증선위는 금감원에 감리 조치안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는데 금감원은 기존 조치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에도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존 조치안을 고치지 않겠다며 증선위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결국 반쪽짜리 비판이라는 받고 있는 이번 증선위 결정은 금감원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자신들 역시 타협하지 않겠다는 금융위의 제스처인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일단 증선위 재감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한 발짝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긴 했지만 두 기관 모두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지난해 3월 금감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한 이후 1년 5개월이 넘도록 회계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기관에 의해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는 건 비단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문제뿐만이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과 은산분리, 키코 사태 등 다양한 금융정책 및 현안을 둘러싸고 정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두 기관이 시장에 엇갈린 시그널을 주면서 금융권은 혼돈스럽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로인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통화나 재정, 무역, 구조조정 등 기타 경제정책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보다 우리 경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연구진과 김영주 한국은행 거시경제 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불확실성 충격의 경기 국면별 파급효과’에 따르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경제정책 불확실성보다 실업률 상승 및 소비자물가 하락에 최대 10배 더 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기업은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게 되고 국민들은 소비나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국가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도 시간문제다.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면 수장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