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단두대 오른 현대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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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단두대 오른 현대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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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23 00:06:11

‘먹고 살기 어렵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국민들이 날로 늘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국가 경제가 중대한 위기의 기로에 놓이면서 가계 경제에도 점차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쉽게 말해 국가 경제의 위기를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는 의미다.

대다수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 반하는 정책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의 날을 세운다. 정부나 기업, 개인 등 어떤 대상이든 마찬가지다. 특정 기업의 노조도 예외는 아니다. 제 배 불리기 목적의 무분별한 파업으로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노조는 가차 없이 여론의 단두대 위에 올린다. 해당 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비판의 강도 또한 비례한다.

이번에 부분 파업을 결정한 현대중공업 노조 또한 범국민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자체가 회사의 여건이나 국가 경제는 아랑곳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행위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9일 2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3일, 24일까지 전면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파업은 지난 2014년 이후 무려 5년 동안 매 년 실시되고 있다. 파업의 이유는 오직 하나다. 임금단체협상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이다. 약 2달여 간 이뤄진 임단협은 노사 양측의 이견차로 인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자기계발비 10시간분 추가 지급 등 약 30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동결과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안을 제시했다. 다음 달 가동 중단을 앞둔 해양사업부 유휴인력에 대해 무급휴직을 제시했다. 노사 양측이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주변의 반응도 엇갈렸겠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사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을 감안한 결과다. 노조의 제안은 현재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니 받아들이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중공업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수주 절벽, 중국 조선사의 단가 후려치기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만한 초대형 악재들이다. 특히 해양사업부의 경우 43개월째 수주 실적이 없어 야드(작업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1983년 4월 야드 준공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의 최근 수년간 실적 상황은 ‘보릿고개’라는 표현이 딱 적당해 보인다. 최근 3년 간 매출액은 조 단위가 매 년 바뀌었다. 27조대에서 지난해에는 15조대로 폭삭 가라앉았다. 순이익 역시 지난 2015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2억원대 이익으로 간신히 흑자전환 했지만 한 해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조선기업이라는 명성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특히 더하다. 한국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위기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우리나라가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현대중공업’이라는 굴지의 조선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한국 조선업, 나아가 국가경제의 위기라는 ‘도미도 현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결정이 국가 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해악(害惡)’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국가 경제 위기가 곧 가계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파업의 후폭풍을 현대중공업 노조가 과연 어떻게 감당해낼 지 의문이다.

기업과 국가경제의 위기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파업의 결과가 ‘파멸(破滅)’이라는 사실은 이미 국·내외 여러 기업의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 국가와 국민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기업·국민·국가를 모두 피폐하게 만드는 ‘공멸(共滅)’ 행위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