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즉시연금 지급 두고 삼성생명과 신경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폴리로그 > 보험

전체 생명보험사 미지급액 1조…삼성생명은 4300억원 최고액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23 18:19:48

즉시연금 일괄구제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삼성생명이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주 이사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배임 우려와 당국 압박이 공존한 상황에서 생명보험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4300억원에 달하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의 일괄 지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1조원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사별 미지급금 규모는 삼성생명 43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등 중소형 보험사들까지 합하면 전체 생명보험사에 걸린 미지급액 추정치는 최대 1조원에 달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은 오는 25일 새로 구성된 국회 정무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 등 주요 입법과제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은행권 대출금리 부당 부과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험권에서는 계열사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함께 보험사의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 등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즉시연금 과소지급에 대해 일괄구제를 하기로 한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법적, 절차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금감원이 문제로 삼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미리 보험료로 내면, 운용수익 중 일부를 보험사가 매달 생활연금으로 지급한 후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이율을 계산해 연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기존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되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를 연금 과소 지급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들에 대한 환급이 이뤄지고 약관이 개정됐는데 금감원은 약관 개정 전 연금을 적게 받은 모든 소비자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을 위한 근거서류를 확보하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 측에 근거 서류가 될 수 있는 즉시연금 과소지급 관련한 행정지도 공문이나 감독규정 내용 등의 법적인 서류를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분조위 결정문 이상의 서류 발급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상속형(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일괄구제 적용 역시 과거부터 이어온 소비자 보호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윤석헌 원장이 감독 강화를 명목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2014년 7월 동양사태 분쟁 처리에도 일괄구제를 적용했다. 동양사태는 2013년 동양그룹이 회사의 자금 위기를 숨기고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해 약 2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건으로, 금감원은 1만6천여 명, 3만5천754건에 대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나광국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기자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