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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재건축 이주비 대출규제

이주비 대출 규제에 재건축 사업 제동…영세 조합원 ‘고금리 대출’ 내몰려

김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26 12:12:22

▲ 최근 정부의 시공사 추가 대출 규제로 애꿎은 재건축 조합원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주비 마련이 어려워 재건축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단지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전경 ⓒ스카이데일리

7월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단지들에 때 아닌 된서리가 내렸다. 그동안 관례처럼 내려오던 추가 이주비 대출이 강남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금지되면서 애꿎은 영세 조합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사업 수주과정에서의 이주비 대출 등 조합원 특혜사항을 규제하기 위해 재건축사업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대출을 금지시켰다. 조합원들은 금융권 대출에 이어 시공사를 통한 대출마저 막히게 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에서의 이주비를 포함한 금융권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미만으로 낮췄다. 은행에서는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40%까지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주비 대출은 시가의 20~30% 수준에 그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만 최대치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발 악재에 발목 잡힌 1만8000가구, 이주비 없어 재건축 물거품 위기

추가 이주비 대출금지 대상은 7월부터 12월까지 이주하는 서울 서초구의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송파구의 미성·크로바·잠실진주아파트, 강남구 삼성홍실 등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규제 대상 세대수가 1만8000여 가구에 달해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는 서초구와 송파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8월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단지들도 이주비 책정과 시공사 추가 이주비 지급 문제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재건축단지 조합들은 “이주시기가 늦춰지면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조합비용이 한 달에 최소 20억에서 최대 60억원에 달한다”며 우려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미 이주비 대출을 조건으로 시공사 선정을 마친 조합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규제 대상을 이주시기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도급 계약서에 명시된 추가 이주비 지급 연한이 다가오는데도 건설사들이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기다리느라 대출 시기를 늦추고 있어서다.

정부 무차별 대출 규제에 애꿎은 영세 조합원 ‘고금리 대출’ 내몰려

최근에는 국토부의 건설사 이주비 대출 규제로 사업 무산 위기에 처한 재건축 단지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송파구 미성·크로버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전체 가구 수의 3분의 1이상이 이주를 못 할 지경이다”며 “500여 가구의 이주비 지급이 늦어질 경우 시공사 선정을 반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반포 통합 재건축 단지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2763가구의 이주를 앞두고 조합에서 통보한 이주비가 예상보다 적어 조합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조합이 건설사의 추가 이주비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을 내세우긴 했지만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차일피일 미뤄져 조합과 건설사 모두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국토부의 정책에 애꿎은 영세 조합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정부의 이주비 대출 규제로 노심초사하는 이들을 노린 각종 고금리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개포주공1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이주비 마련에 노심초사하는 이들을 노린 고금리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증권사를 포함해 2·3금융권들은 각종 특례 조건을 내세워 재건축 조합에 대출을 권유하고 있다. 당장 돈을 구해야 하는 형편에 이른 조합과 조합원 입장에선 이들의 고금리도 내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조합은 단기 수익을 위해 조합비용을 이용해 채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건축 조합관계자는 “정말 답답하다”며 “지급보증을 하겠다던 시공사조차도 어쩔줄 몰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시가의 절반까지 이주비 대출을 내주겠는 말에도 현혹될 만큼 상황이 시급하다”며 “조합과 조합원에 추가 이주비를 보존해주겠다는 시공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부가 재건축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사 선정에 있어 불법 행위가 없다면 이들 추가 대출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며 “다주택자 등 일부 투기세력을 겨냥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역으로 1주택자를 포함한 소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형진 기자 h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