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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공업국 중 선진국이 된 곳은 독일, 일본, 한국, 대만 등이 있습니다. 독일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자 그것을 일본이 따라했고, 또 한국과 대만이 일본을 따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는 어떻게 선진국이 됐을까요.
1. 국가의 은행통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은 높은 저축률을 기반으로 잉여 금융여력을 산업으로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이런 식의 은행통제를 했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저축해야 한다고 캠페인을 꾸준히 한 게 대표적입니다. 저축왕 TV에도 나오기도 했죠. 임금으로 받은 저축을 다시 산업자본에 투입해 오로지 수출을 하는데 쓰이는 돈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방법은 경제발전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서민은 손해를 봤습니다. 저축을 하자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돈의 가치가 말그대로 똥값이 됐기 때문이죠. 돈을 저축만 한 사람은 나중에 통장 잔고가 형편없음을 알게 됩니다. 반대로 똑똑한 사람은 실물을 샀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을 샀는데 주식을 모은다는 생각을 못한 서민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갖고 있는 오너만 돈을 벌었죠. 우리나라에 전세제도가 발달하게 된 배경도 나라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아 생긴 결과죠.
2. 정부관료의 계획경제
정부관료는 자본을 오로지 산업에만 투입하도록 계획했습니다. 그들은 자유무역을 하면 못살게 될 것이며 민간금융을 풀어놓으면 영원히 후진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민간금융을 민간에 풀어놓으면 산업자본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감정평가하기가 쉬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빨려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정부관료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짜서 자본이 민간으로 흩어지지 않고 바로 수출로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보호무역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해외수출기업의 수출품목에 부가세를 환급해 주는 제도 등이 있죠.
3. 저렴한 인건비·해외자본 유입 차단
이러한 수출 드라이브를 강행할 때 동반되는 공통적인 정책이 있습니다. 인건비를 저렴하게 유지하는 정책과 해외자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죠. 노동자의 인건비가 올라가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일정궤도에 올라가지 못하죠.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기간 노동조합의 설립과 노동쟁의를 공권력으로 막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게다가 해외자본의 국내유입도 막죠. 해외자본이 들어오면 국내 자본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은 주식도 마음대로 살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호황기때 외국인 자본이 들어왔다가 경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자금을 모조리 빼면서 국내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게 되고, 그러다 시중에 잉여자금이 풀리면 또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자본이 들어가 자기강화 시스템이 발동하기 때문이죠.
부동산의 자기강화 시스템이란 이렇습니다. 부동산은 담보가 확실하죠. 그러니 부동산에 대출을 해 주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무위험 상품입니다. 가치평가가 단순하죠. 감정평가대로 대출해주면 되고 안전장치도 여러 개 걸려 있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시 담보액의 80%정도만 주는 헤어컷은 대표적인 안전장치죠. 만약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 20%의 하락이 발생해도 은행은 하락한 만큼 담보를 갚던지 경매로 넘기면 돼 안전합니다.
결국 부동산 담보대출은 안전하기 때문에 과도한 신용창출이 발생합니다. 은행은 골치아픈 기업 신용대출, 기술대출보다는 민간의 부동산 대출을 훨씬 더 선호하게 되고 은행의 대출은 80% 이상이 부동산 담보대출로 가죠.
다만 과도한 은행 신용창출은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 발생 시 문제가 생깁니다. 신용도가 나쁜 개인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도 담보가치의 온전한 회수가 이뤄지지 않아 은행이 부실에 빠지기 때문이죠. 또 신용도가 좋은 개인도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지게 됩니다. 대차대조표 불황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이를 갚는 데 집중하다가 발생하는 경기침체입니다.
예를 들어 6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감정가의 50%인 3억 원을 빌렸다고 칩시다. 그런데 불황으로 부동산 가격이 3억 원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 사람은 1억 5000만원을 갚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감정가격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죠. 이 경우 신용도가 좋은 개인은 자신이 사려던 노트북이나 자동차, 헬스장 이용 등 소비를 줄여서 은행빚을 갚을겁니다. 대차대조표 상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결국 빚을 갚느라 못 간 쇼핑센터나 휘트니스 센터는 망하게 되고 사회는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됩니다. 민간금융으로 자금이 갔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4. 워싱턴 컨센서스 – 자유금융시장 도입
우리나라가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쓸 때 선진국 역시 자국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을 시도합니다. 세이프 가드와 반덤핑 관세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특이한 시점에 이러한 보호무역을 했습니다. 1970~1980년대 경제성장을 이뤘고 일본도 우리보다 빨리 보호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가 바로 냉전시기입니다. 공산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대결국면에 힘입어 보호무역을 하는 일본, 대만, 한국을 그냥 놔뒀고 기술이전까지 해줍니다.
그러나 냉전이 1992년 소련의 붕괴로 끝이 났고 더 이상 이러한 보호무역을 봐줄 필요가 없어진 미국은 1995년 WTO 설립을 주도하며 세계 자유무역을 촉구하게 됩니다. 물론 WTO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역보복을 대놓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이 다른 나라에게는 가능하지만 한국이 미국에겐 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왜냐하면 수입을 하는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으로 인한 손해를 반덤핑 관세로 직접 그 나라를 제재할 수 있지만 수출하는 나라는 고작 WTO에 제소하는 게 전부기 때문입니다. 제소한 뒤 승소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 데다 이긴다 해도 막상 제재할 수단은 수입관세를 높이는 게 고작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수출에 비해 얼마되지 않죠.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게 고작 콩과 비행기에 그치지 않죠. 그런데 미국에선 스마트폰부터 기계, 선박, 철강 등 관세를 높일 게 많습니다. 그러니 미국은 자유무역을 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하며 수출만 하는 나라들을 상대로 워싱턴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자유금융시장을 도입하라 합니다.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는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를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합의 내용입니다.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규제 축소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 △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 인하와 과세 영역 확대 △정부예산 삭감 △경제 효율화 등입니다.
그러면 미국은 이를 통해 후발공업국을 어떻게 교란할까요. 정부규제를 대폭 풀어 외국인 자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무역하고 불공정 무역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즉, 정부는 빠지라는 말과 같죠. 그럼 미국은 막강한 달러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에 돈을 집어넣었다가 한꺼번에 빼서 금융위기를 맞도록 하던지 민간금융에 돈을 풀어 민간금융이 산업자본으로 강제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부동산으로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 대차대조표 불황을 만들어 그 나라의 국부를 쏙 뽑아 먹는거죠.
5. 국제 금융시장에서 본드 발행으로 저리로 자금조달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면 자금조달을 굳이 국내에서 하지않아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게되면 금융기관은 국가에게 민간금융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더 이상 산업자본에 돈을 집중적으로 주는 식은 국제사회의 눈치와 내수시장 활성화 노동임금의 현실화 국민복지증진 등의 이유로 금융이 민간으로 가도록 만들어줍니다. 은행은 이때부터 민간금융을 하게 되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위기를 맞게 되죠.
6. 해외자금 국내유입 – 부동산 자산시장의 유입
워싱턴 컨센서스 등으로 국제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관료주의 계획경제로 일어난 금융시스템은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데 그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한국의 IMF 위기가 되는거죠. 지금 중국은 외국에 시장을 조금 개방했을 뿐이고 개발도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수출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알고 세이프가드와 반덤핑 관세를 통해 중국의 자산시장의 개방을 요구할 겁니다. 여기서 시진핑이 밀리면 중국도 금융위기를 맞게 되죠. 그러니 중국의 시진핑은 민간의 부채비율을 줄이고 경제성장률을 6.5% 정도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은 일본, 한국이 발전하던 냉전시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일본, 한국도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금융위기를 맞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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