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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무려 270조원의 초대형 예산을 퍼붓는 국방개혁2.0을 내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우리 군의 현대화를 기반으로 미래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는 점에서 기대되지만 상비병력을 대폭 축소하는 부분은 우려되는 사안이다. 국방개혁2.0은 또 자주국방의 기틀을 견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기대되지만 미국의 글로벌 안보전략 시스템과 멀어질 경우 초래될 수 있는 힘의 공백을 과연 우리가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낳는다.
국방개혁은 역대 보-혁 정권 모두 나름의 철학을 갖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사안이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안보논리에 밀려 흐지부지 되거나 변죽만 울리기 일쑤였다. 특히 육군 중심의 군사력을 육·해·공 합동군 통합작전 능력 제고를 위한 일관된 국방개혁은 거대한 장벽과도 같았다.
따라서 이번 국방개혁2.0에 담긴 육군 장성을 대거 줄이는 것은 일단 개혁의 신호탄으로 기대되는 일이다. 현 436명의 장군 정원을 오는 2022년까지 360명으로 대폭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이번에는 관철될지 큰 관심사다. 감축되는 76명의 장성 중 육군이 6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해·공군은 각각 5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육군의 힘을 빼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눈에 띈다.
우리 군이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매 정권마다 추진돼 온 국방개혁의 숙제를 마무리 짓지 못한 핵심에 육군 장성의 숫자가 있었다. 국방부의 요직을 두루 차지한 이들의 노골적인 기득권 챙기기가 북한과의 대치상황이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명분을 얻어 왔다. 365마일 휴전선이라는 특수상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거액의 혈세가 기득권의 밥그릇용으로 낭비되는 것은 옳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핵 이외에는 우리의 호적수가 되지 못하는 북한을 넘어선 준비를 해오지 못했다는데 있다. 북한 재래식 전력의 위협이 상존하지만 전면전 또는 국지전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북한을 압도할 전력을 이미 갖췄다. 군사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을 보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만 아니면 북한은 이미 우리와 게임 자체가 되지를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을 넘어 중국과 일본 나아가 러시아까지도 감안한 수준으로 국방력을 끌어올릴 준비를 주도면밀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육군의 힘을 빼 해·공군에 무게를 싣는 것은 그 선결작업이다. 그래서 이번 국방개혁안도 아쉽다. 육군 장성의 숫자를 더 줄이고 해·공군 장성의 숫자는 오히려 늘려야만 국방개혁의 골조를 확실히 세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계획대로 장성을 줄인다고 해도 육군 247명, 해군(해병대 포함) 59명, 공군 54명 등이다. 여전히 육군의 헤게모니가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공군의 장성을 늘리는 일은 전력화를 끌어 올리는 일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육군의 헤메모니가 강하면 그것이 일사분란하게 전개될지 의문이다. 개혁안은 270조 예산 중 방위력 개선비에 약 94조원을 할당해 놓고 있다. 방위력 개선 점유율이 현재 31.3%에서 2030년에는 36.5%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국방부의 복안이다. 하루가 달리 변하는 첨단화된 현대전을 감안하면 방위력개선비 비중은 더 증가해야 하는 상황이 맞다. 하지만 장성 기득권에 함몰된 여론이 득세하면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전 세계 군사강국들은 지금도 해·공군 중심의 전력화에 힘을 쏟으면서 첨단 대응능력을 키우고 있다. 무기개량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면서 국방력은 곧 군사무기의 개발 각축장으로 변한지 오래됐다. 이는 상비병력보다 첨단화된 무기개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틀리지 않는다. 다만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한 복무기간 감축과 무리한 병력구조 감축은 군 전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옳다.
군 전력화 제고와 반비례 한 운용전력의 감축은 유연성 있게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해야 한다. 특히 상비군의 복무기간은 일괄적으로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월급을 더 높게 책정하는 한이 있어도 복무기간 연장을 통한 전문화된 상비군은 더 확충돼야 한다. 복무기간의 차별화는 그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차별화 된 대우를 통해 기본 복무기간과 탄력 복무기간을 선택적으로 혼용할 경우 전문화된 상비군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전이나 미래전은 첨단화된 무기들을 기반으로 한 전쟁이다. 이를 상시 전력화 하는 국방력 유지가 숨이 찰 정도로 사이클이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상비군들의 전략적 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병력구조를 61만8000명에서 50만명으로 대거 줄이는데 따른 위험을 담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기본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군 전력화의 기본 전제로 추진 돼온 통합군 체제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라는 것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군사무기를 첨단화 하면서 통합군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면 안보구멍은 물론 막대한 국가 혈세의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통합군 대응능력을 완비하기 위한 노력은 노태우 정부가 닻을 올렸지만 이어진 김영삼·김대중 문민정부 모두 실패했었다.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법안까지 만들었지만 역시 좌초됐고 이어진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합동성 강화를 위한 군 개혁을 밀어붙였지만 계속 실패했다. 보-혁 정권 모두 군과 긴장관계를 타면서 군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돼 우리의 해·공군 전력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당초 계획된 규모도 축소됐다. 해군력의 상징이자 국방력 좌표가 되고 있는 이지스함 도입 규모가 축소된 것은 그 상징이다.
우리 군은 통일 이후를 감안할 경우 삼면이 바다라는 점에서 해·공군력의 상시적 강화는 기본 과업이다. 매년 해·공군력 강화를 위한 밑그림들이 예산의 뒷받침 아래 업그레이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함대함, 함대공, 함대지, 함대잠 등의 함정 전투력 강화는 가장 우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와함께 바다 밑 잠수함 작전능력 강화를 위한 전력화도 급하다. 그런 점에서 개혁안에 국방력의 정수라고 할 항모전단의 미래가 설계되지 않은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지금부터는 군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도 현실적 위협을 명분으로 들이대 전 근대적인 국방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역사의 죄악이다. 더 이상 육군 중심인 이른바 ‘별들의 연대’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툭하면 내세우는 보수라는 이름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보수정권이 더 별들의 기득권을 깨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 국방개혁을 지난하게 추진해 온 정권들은 늘 군에게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군은 이제 국민에게 무릎을 꿇고 군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 최강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지 않으면 통일 후 한반도는 또다시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격랑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통일 이후 한반도가 미국이라는 글로벌 좌판에 지속적으로 합류하기 위한 패를 잡기 위해서도 우리의 국방력은 중국, 일본 등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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