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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다. 연일 발표되는 정부의 경제지표를 보면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하나같이 최고·최대·최저라는 접두어가 따라 붙는다. 좋은 의미로 붙으면 좋겠지만 나쁜 것 일색이다.
25일 발표된 소비자심리 지수는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인 101.0이고, 취업기회 전망 지수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보다 무려 34포인트 하락한 87에 그쳤다.
소비도 얼어붙고, 청년의 취업 기회도 갈수록 더 악화되는 추세다. 설비투자는 줄어들고, 특히 중소기업의 국내 투자는 2년 새 무려 10조나 급감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규모가 무려 437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에 대한 원인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 가관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미국과 EU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그리고 고용 등 경제지표의 부진과 유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틀린 이야기라고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표 부진의 진원지를 밖으로만 돌리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더 심각한 것은 지방경제의 몰락이다. 그것도 한때 잘 나가던 도시들이 휘청거리면서 한국판 ‘러스트벨트(Rust Belt)’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영·호남 지역 5대 산업단지의 중소기업 가동률이 1년 사이에 80%에서 56%로 급락하였다. 창원·포항·광양·울산·구미 등 제조업 벨트의 중심도시들이 수년 째 최악의 침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지역 제조업을 지탱하던 대기업들이 빠져 나가면서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떠나면 인구가 감소하고, 주변 상가가 무너지며, 집값 등 부동산이 폭락하는 연쇄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 현상이다. 울산은 인구가 2만 명이나 감소하였고, 창원은 아파트 값이 15.6%나 떨어졌다.
한 때 이 두 도시는 전국에서 가장 동경하는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흘러간 과거 이야기가 되고 있다. 최근 GM 공장이 빠져나간 군산의 근로자 수는 40%나 줄었다. 더 좋아진다는 시나리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만 연일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지방경제와 일자리를 버텨주던 조선과 철강 산업은 빈사 상태다. 이러한 지방 제조업 붕괴 현상이 도미노처럼 수도권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지고 있다. 지방의 경우 대부분 전통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어 유탄을 먼저 맞은 것뿐이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IT를 비롯한 첨단 산업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여기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벌써부터 반도체 호황이 연말에 끝난다거나 중국보다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기한이 2년밖에 넘지 않았다는 등 우울한 소식만 연일 날아온다.
LCD는 이미 중국에 역습을 당했고, OLED로 버티려고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몇 년을 더 버틸지 걱정이 태산이다. 설상가상으로 효자상품인 스마트폰마저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고 있고,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그나마 갖고 있던 1등 점유율이 위태위태하다.
자동차는 트럼프 행정부가 20% 고율 관세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자동차 산업까지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제조업의 붕괴도 결국 시간의 문제라는 지적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진단이 확실해야 정확한 처방 가능, 경제·제조업 살리기 여론몰이 당장 시작해야
이 땅에서의 제조업은 이제 끝났다는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달린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반(反)기업·반(反)시장 몰이로 임금은 올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는 등 기업을 더 죽이는 조치만 연거푸 내놓는다. 이 지경이 된 근본적인 원인과 처방은 보이지 않고 친(親)노동·친(親)서민 정책만 연거푸 쏟아낸다.
공장이 없으면 노조도 존재할 수 없다. 지구촌 어디를 봐도 자국 기업을 밖으로 내쫒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이처럼 푸대접을 하는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자유시장 경제에 맡겨야 되고, 경제가 어려울 때는 그 원천인 기업을 먼저 보듬어야 한다.
우리 제조업이 추락하고 있는 근본적은 원인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결과로 한마디로 진단하면 경쟁력의 약화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내부에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생겨나기 힘든 여건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보호무역 등 외부적인 충격 요인도 있지만 여기에만 전가시키는 것은 책임 회피이자 비겁한 행위이다. 위기의 본질을 알아야만 여기에 걸맞은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이제 한국 경제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복수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초대형 경제위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담론화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을 정도로 경제의 악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경제계나 전문가 집단이 이에 대해 목소리를 더 높이고 일어나야 한다. 경제가 살아서 버텨줘야 남북 평화도 있고, 상대와의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국가 경제의 틀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어떻게 성장 동력을 만들고, 제조업을 다시 세울 것인지에 대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비상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갓 출범한 지방의 신(新)정부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어떻게 제조업을 다시 부활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하다. 여당이 하지 않으면 야당이라도 물꼬를 터야 한다. 죽어가는 우리 경제, 제조업에 우군이 절실하다. 위기에는 둔감하고,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곳으로 국력을 몰아가는 거대한 물줄기를 되돌릴 수 있는 여론과 그 중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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