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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후 1년이 훌떡 지나갔는데도 과거 적폐 청산은 중단 없이 계속 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적폐 청산이 제도나 시스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고 특정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고 씁쓰레하다.
민주주의를 농단한 개인의 비리는 당연히 엄단을 하여야겠지만 지나치게 짜 맞추기 식의 과거 들추기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이 정부가 탄생하면서 대중에게 어필했던 가장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나라다운 나라’가 아닌가 싶다.
진보든 보수든 진영에 관계없이 “이게 과연 나라냐”라는 구호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쪽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과거 정부보다는 더 도덕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시큼한 냄새가 나는 제도 혹은 시스템적 적폐의 골은 더 깊게 패이고 있는 듯하다. 근본적인 적폐는 내팽개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특정인의 적폐 청산에 언론과 대중은 신이 난 분위기다. 이런 적폐 잔치 속에 나라가 나라다워지기는 고사하고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적폐에 대해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와 산업화, 그리고 3만 달러 시대의 그늘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우리만의 일그러진 적폐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사 적폐와 이에서 기인하는 도처에 만연한 좀비 인생들, 이해집단의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이기주의로 규제 적폐, 돈이나 권력 등 조그마한 힘만 있으면 이를 내려놓지 않으려는 기득권 적폐,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국가 예산만 보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예산 적폐, 진보 정권 탄생으로 무소부위와 안하무인으로 더 기승을 부리는 시민 단체 적폐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이런 황당한 적폐들은 정권과 무관하게 유한하게 존재한다.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 살아본 한국인, 한국에서 살아본 외국인들은 이런 적폐에 대해서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나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이러한 적폐들의 뿌리가 워낙 깊고 태산 같이 높아 무력감을 실감한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지레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인사 적폐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낙하산, 전관예우, 그리고 관피아(관료와 마피아가 합쳐진 합성어로, 퇴직 후에 공기업이나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여 요직을 독점하는 고위 공무원)이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이 바로 낙하산 인사다.
대부분의 알짜 공공기관들의 수장은 거의 이들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상임 감사나 임원 자리까지 이들이 치고 들어온다. 지난 정부의 친박(親朴) 낙하산 인사가 86명인 반면 친문(親文) 인사는 131명이나 된다. 전문성은 차치하고 대통령의 친구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판이니 정말 가관이다.
심지어 이들을 모시는 기관들의 작태는 더 한심하다. 정권이 바뀌면 관례적으로 우두머리가 바뀌니까 바뀔 바에는 전문성은 필요 없고 힘 있는 정치인이 오기를 더 희망한다. 외풍을 막아주고, 예산만 많이 따오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어설픈 관피아나 내부인사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풍조가 이런 낙하산 인사의 성행을 더 부추긴다. 정권이 바뀌면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또 곤경에 처할까 벌써부터 우려된다.
나라다운 나라, 제2 도약은 뿌리 깊은 인사 적폐 청산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 적폐 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다. 특히 대기업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기관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의문이 갈 때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기관의 전임 수장들이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알선한 명목으로 구속되는 꼴 볼견이 비춰졌다. 이게 과연 어제 오늘의 일인가. 이들이 구태여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퇴직자들을 모셔가려는 대기업이나 로펌들이 줄을 서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검찰보다 더 높은 몸값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대기업은 그들이 하고 있는 온갖 편법, 비리, 부정에 대해 방패막이를 하기 위해서다. 로펌은 힘 있는 이들을 기용해야 더 많은 왜 일감을 몰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짜고 치는 도박이나 진배없다.
우리가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이런 전관예우는 없다. 그들은 평생 법조인으로, 그리고 공정경제를 위한 파수꾼으로 일한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퇴직 후에 불공정하거나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자리를 철저하게 외면한다. 일본뿐만 아니고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는 이는 보편적인 상식이자 도덕성으로 정착된 지 오래다.
또 하나의 적폐가 관피아다. 정부부처에도 힘이 있거나 실속이 있는 부처는 퇴직 후에 갈 자리가 수두룩하게 많은 곳이다.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경제 부처들이 이에 해당한다. 외교부 같은 부처는 재직 중에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퇴직 후에는 갈 자리가 많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들 경제부처들이 깔아 놓은 각종 산하 기관(협회, 단체 등 포함)이 가히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50세 전후에 차관 등 고위공무원에 오르고, 은퇴 후에는 직급에 따라 다소 간의 차이는 있지만 최소 2∼3 곳의 산하 기관 수장 보직을 받아 10년 전후를 보낸다.
50세를 지나면 후배 공무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형편이다.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지만 가능하면 새로운 제도나 규제를 만들고, 이를 수행하는 산하 기관을 만들려고 혈안이다.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은 것이 그들에게 나쁠 리가 만무하다.
세종시 공무원은 서울을 오락가락하지만 수도권에 있는 업종별 단체 직원들은 세종 시를 밥 먹듯이 드나든다. 예산을 더 따고, 담당 공무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일본만 보더라도 공무원이 전문 분야에 철저하게 치중하면서 정년까지 일하며, 퇴직 후에는 평범하게 제2의 인생을 사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지구촌 어디를 가 봐도 이토록 우후죽순처럼 많은 기관 혹은 단체가 있는 나라가 없다.
그들은 모두 국가 예산을 축내는 좀비들이자 뉴 노멀 시대에 맞지 않은 공공의 적이다. 이런 인사 관행으로 혁신성장과 규제철폐, 더 나아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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