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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 도다”<시편 147 : 3>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도 못하고 폭염으로 시달리던 국민들이 정부의 뒷북 인하에 열 받았다. 정부가 지난 7일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올 7~8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확대해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재 3단계인 누진제 구간 중 1.2단계 구간의 상한선을 각각 100kwh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구당 전기요금이 평균 19.5% 줄 것으로 전망 된다. 유례없는 폭염에도 전기료가 걱정돼 에어컨을 틀지 못했던 국민들이 반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가구가 ‘요금폭탄’을 우려, 7월 전기 사용을 억제해 뒷북 대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요금인상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다보니 재원대책이 빠지는 등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1994년 가구 에어컨 보급률은 9%였다. 그러나 지금은 에어컨 보급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생활패턴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국내 사용량의 13%를 차지하는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해 7월 대비 올 7월, 전가요금 증가폭이 5만원 넘은 가구 수는 3만9000가구(1%)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증가폭이 1만원 초과~5만원 이하인 가구 수는 42만 가구(10%), 1만원 미만인 가구 수는 194만 가구(46%). 179만 가구(43%)의 경우 오히려 전기요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늑장대책…전기요금 재정비 시급
지난 달 111년 만의 불볕더위가 이어진 점을 감안 할 때 전기 사용량 및 전기 요금 증가폭은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누진제에 따른 ‘요금폭탄’ 우려로 가정에서 에어컨 등 전기를 덜 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뒷북 대책’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나오는 것이다.
선제적 대책으로 재난 수준의 폭염 속에서 국민들이 냉방 복지를 누리도록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야 할 정부가 늑장 대책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전기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재난 수준의 폭염에 요금이 부담돼 에어컨을 틀지 못하면 국민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경제의 생산성도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근본적 해법보다 매년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민생경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문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민생경제에 관심을 갖고, 누진제를 없애는 것을 포함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마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비가 시급하게 필요한 때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경우 또 다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력 수급 계획이다. 안정적 전력 수급 기준으로 삼았던 예비전력이 툭하면 넘친다. 예상보다 수요가 늘 넘치다보니 국민들은 언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사태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이렇게 기본 계획의 예상이 틀리는 건 정부가 탈(脫)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의도적으로 낮게 전망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비용부담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7·8월 두 달 동안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전체 전기요금 감소분은 276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일단 이 비용은 한전이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공학도들의 열정의 산물 ‘원자력’…탈 원전 도그마에 빠진 정부
문제는 한전의 경영 실적이다. 문 정부가 들어선 2015년부터 올 1분기까지 계속해서 영업 손실을 가져왔다. 올 2분기에는 영업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가동률 회복으로 실적개선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7.8월 전기요금 감소분을 부담하다 자칫 4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다각도로 보전 방안을 검토하기는 하지만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에 불과했던 시절. 20달러 이상 외화를 지출할 때는 자신이 직접 사인을 할 정도로 아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원자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전기 기술 전문가 시슬리 박사의 말을 들은 이후 미국, 영국으로 원자력을 공부하러 나가는 유학생들을 친히 경무대로 불러 “너희들에게 나라의 장래가 달려있다”며 달러가 든 봉투를 쥐어줬다는 일화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위해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금인 35만 달러를 쏟아 부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박정희 대통령 역시 1962년 원자력발전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자력 발전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82달러이던 시절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지 22년 만에 박 대통령의 지시로 고리원전이 가동에 들어갔다.
32년이 지난 2010년 우리가 아랍에미레이트 연방(UAE)에 원전을 수출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근대화 역군인 박정희의 꿈이었던, 대통령에게 달러가 든 봉투를 받아들고 눈물을 삼키며 태평양을 건너갔던 젊은 공학도들의 열정의 산물인 원자력. 고리원자력 발전소 1호기를 없애려고 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 여름폭염과 겨울 혹한이 일상화하고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전기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탈 원전 도그마에 깊이 빠져 공급대책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한시적인 요금 인하 같은 일회성 대응만 내놓고 있다. 달라진 전기 소비 형태와 경제 환경을 바탕으로 정부는 장기 수급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과감하게 할 것은 바로 탈 원전 정책의 재검토다.
고리원자력 발전소 1호기도 다시 가동해야 한다. 안정적 전력수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제 발전과 국민 개인의 후생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백윤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가의 재난에 해당하는 이런 사태가 일어났고, 특히 이번 전기요금 인하, 그리고 누진제 완화는 가정용에 한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을 같이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에너지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주택용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오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린도전서14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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