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심리 돋보인 여름철 휴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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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13 00:08:02

기상관측 이래 최고온도를 연달아 경신하고 있는 올여름 최대 화두는 단연 무더위다. 밖으로 발을 내딛기만 하면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은 사람들의 일상을 매번 지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외출이 꺼려질 정도로 매일 반복되는 찜통더위는 휴가철의 들뜬 분위기를 다소 억누른다.

사람들은 휴가철을 맞아 ‘먼 곳’으로 떠나기보다는 가까운 공간을 방문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여름 휴가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주위를 살펴보면 굳이 해수욕장이나 유명 관광지로 갈 필요 없이 집 근처의 영화관이나 쇼핑몰에 방문해 더위를 식히고 눈요기나 하겠다는 목소리가 전에 비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널리 퍼진 게 작용한다. 휴가철엔 굳이 어딘가로 떠나야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이나 멀티플랙스 등을 중심으로 여름을 맞아 다양한 마케팅과 이벤트를 실시한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 등 피서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는 통계가 속속 발표됐다. 지난달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방문한 이들은 전년에 비해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수욕장 관계자들도 전년에 비해 이용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전라도 지역 해수욕장에 방문한 사람의 수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도심 속 영화관이나 도서관, 박물관을 비롯해 마트와 백화점 등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지난달 셋째 주 유명 백화점들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이상 늘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사람들의 방문에 화답하듯 영화관과 도서관, 쇼핑몰 등은 각종 놀이시설을 마련하며 피서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해당 장소들엔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람을 쐬고자 찾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해당 공간들을 영화 관람이나 쇼핑 등 본래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기 보다는 “더위를 피하고 앉을 곳을 찾아 방문했다”고 말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렬한 무더위가 함께한 올 여름은 사람들이 “휴가철이니까 어딘가로 떠나야 해”라는 강박관념에서 다소 벗어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시선과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풍토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곁들이면 그간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획일화를 추구하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 왔다.

아울러 얼마 전 방문한 제주도는 생각보다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 내 유명 관광지나 해수욕장, 명소 등은 한적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풍겼다. 예년에 비해 제주도로 떠나고자 하는 이가 많이 줄어든 탓으로 보였다. 기자 주위에서도 제주도를 방문하겠다는 이가 눈에 띄게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기자조차도 취재가 아니라면 올 여름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은 없었다. 제주도로 떠난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부러워하면서도 내심 도심 속의 피서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말복과 함께 이번 주를 보내면 폭염과 함께했던 휴가철도 막바지에 이른다. 누군가는 뜻하지 않은 더위로 인해 혹은 다른 이유로 일정에 없던 휴가를 보냈을 수도 있다. 다만 그 휴가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만족감을 얻었다면 무엇보다도 뜻 깊은 휴가라 평가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법한 휴가를 보내지 못했다고 해서 재미없는 휴가를 보낸 게 아니니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고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며 휴가가 아닐까. 유달리 더운 여름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휴가철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