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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이한빛·문용균·배태용 기자]‘육체가 정신을 지배 한다’는 말이 있다.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일상생활에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무거운 중병에 걸렸다면 좌절감은 더욱 크다. 아예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인생을 포기하는 이들도 더러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운동을 통해 극복해낸 주인공들의 사례는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백혈병 골수이식 후 합병증으로 위기…꾸준한 운동으로 병마 극복
대학교를 졸업하고 25살 때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운영 (41·남) 씨는 과거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20살 때부터 음주와 흡연을 즐겨온 애주가이자 애연가였다. 운동은 뒤로 한 채 술과 담배를 즐기던 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부터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살이 많이 찌기 시작했죠.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두 달 사이에 10kg 넘게 살이 쪘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어요. 그러던 중 눈에 이물질이 심하게 끼면서 눈까지 잘 안보이기 시작했어요. 병원을 찾았더니 망막에서 면역체계가 무너진 것 같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이 씨는 곧장 서울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의사로부터 들은 병명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바로 ‘급성 백혈병’이었다. 항상 건강하다고 자부해온 그가 치사율 70% 이상(성인기준)인 혈액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절망적인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각장애와 고지혈증 환자셨는데 그런 부모님이 저를 병간호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죽을까 하는 고민도 했죠. 그렇게 절망하던 중 골수이식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백혈병 완치에는 골수 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회복 과정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골수 이식 후, 몸이 새로운 골수를 받아들이지 못해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 많기 때문이다.
“골수이식 후 몸상태는 그야말로 최악 이였어요. 제 몸에 이식된 골수에서 나온 세포들이 폐를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일어나 사망 직전 상태에 이르기도 했죠. 당시 주치의는 부모님께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일반인이 심호흡을 할 때 측정되는 산소수치는 95~100%다. 하지만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일어난 당시 이 씨의 심호흡 산소량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이 씨는 스테로이드 처방에 의존한 채로 무균실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몸무게도 건강했을 대보다 약 30kg가량 빠진 46kg로 그야말로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였다.
“그렇게 기력은 점점 약해져가고 있는데 TV에서 베이징 올림픽 야구경기를 보게 됐어요. 우리나라 야구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던 장면이었죠. 그리고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건강관리도 잘하고 TV 속 운동선수처럼 운동으로 멋진 몸도 만들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 했죠”
바램이 간절했던지 투병 7개월 차에 접어들 때부터 몸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는 침대에서 내려와 걷는 운동을 했다. 투병 1년 차 부터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북한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서 간단한 맨몸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고부터 하는 근력운동)도 빼놓지 않았다. 주치의는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운동 때문에 몸이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어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운동을 통해 몸에 근육도 붙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아가 ‘완치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곧장 피트니스 센터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매일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다져가다 보니 어느새 제 몸도 다른 일반인들과 같게 됐어요. 완치된 거죠”
이 씨는 자신이 완치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운동의 큰 몫을 했다고 믿는다. 그는 건강을 회복한 후 자전거를 타고 인천에서 부산까지 횡단하는가 하면 백혈병 환자들을 데리고 일본 후지산 등반을 하는 등 ‘운동의 힘’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운동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특히 병마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 ‘운동의 힘’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저와 함께 후지산을 등반했던 많은 환우들도 이를 알고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등반 이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해요. 운동은 환우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요”
운동으로 이겨낸 허리디스크·우울증…지금은 인기 헤어디자이너 변신
헤어디자이너인 여주환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째 꾸준히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특별한 일정이 있는 날만 빼고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본능처럼 헬스장로 향하는 그는 스트레칭부터 벤치프레싱까지 약 2시간 동안 꼬박 운동을 한다.
그런 그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운동 중독자냐’, ‘왜 그렇게 운동에 집착하느냐’ 등의 핀잔을 주지만 그가 운동에 집착하는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여 씨는 과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허리 디스크 통증과 우울증을 겪었다.
“포병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어요. 그곳에서 전차포를 보급하는 직책을 맡았죠. 매일 20kg에 달하는 포를 각 부대에 보급하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1년 반을 생활 하다 보니 탈이 나더군요. 전역을 2개월 앞두고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당시 신체 조건이 180cm에 65kg으로 근육량이 부족한 허약 체질이었는데 허리에 무리가 가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 허리 디스크에 걸리게 된 것이죠”
“평소 잔머리 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군에 있을 때도 요령 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데 전역을 앞두고 거동조차 힘들게 되자 비관적인 생각이 가득했죠. 결국 우울증까지 겪게 됐어요”
여 씨는 제대 후 허리 통증으로 인해 바깥 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우울증은 날로 심해졌다. 그런 여 씨에게 하루는 아버지가 뜻밖의 권유를 했다. 함께 재활운동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재활운동을 시작하고 허리가 점차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게 운동을 조금씩 늘린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지금 저의 허리는 디스크를 앓았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멀쩡해요. 운동 덕분이죠. 이런 극적인 일을 겪고 나니 운동은 제 삶에 더 중요한 일상이 됐어요. 나아가 몸이 좋아지니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에도 이점이 많아요”
그는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하루 종일 거의 서 있는 상태로 일하는 시간이 많은 헤어 디자이너 일도 거뜬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헤어숍 고객들 중에는 몸 좋은 디자이너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며 일부러 여 씨를 찾는 이들도 여럿 존재한다.
“다른 디자이너들에 비해 저를 지목하는 고객이 많아요. 다른 디자이너 선생님들은 ‘몸이 좋아서 인기가 더 많다’고 말하곤 하죠. 어느 정도 인정은 하고 있어요. 손님들도 사람인지라 외모가 건강해 보이는 사람을 선호하는 심리 때문이죠”
“죽기 전까지 운동을 할 생각이에요. 외모를 가꿔주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건강까지 지켜주기 때문이죠. 운동을 시작하고서 이전과 달리 특별히 아파본 기억이 없어요. 누구 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자부하죠. 지금 제가 누리는 기쁨은 모두 운동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배태용 기자 / 생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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