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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이한빛·문용균·배태용 기자]운동을 자신의 삶 자체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구미에서 작은 인쇄소를 하고 있는 김호상(남·50) 씨와 서울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현주(여·44) 씨도 그들 중 하나다. 이들은 운동을 통해 불가능에 가까운 한계에 도전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바꿔가고 있다. 운동으로 얻은 성취감은 그들에겐 삶의 원동력이다.
운동과 담 쌓던 소아마비 4급 장애인, 이젠 패럴림픽 꿈꾸는 자랑스런 스포츠맨
조그마한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호상(남·50) 사장은 7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다리 길이가 오른쪽보다 짧다. 걷기조차 불편한 그는 30대 후반까지 생업에 종사하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소아마비 판정을 받고나서 다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죠. 다리에 근육이 없어 힘주기 조차 어려웠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체육시간이면 선생님께서 교실을 지키라고 말을 하곤 했죠. 저한테 운동은 내가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크게 못 느끼는 그저 지켜보는 대상이었어요. 사실상 포기 했던 거죠”
하지만 김 사장은 37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운동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도전한 종목은 수영이었다. 불균형한 다리 길이로 인해 척추가 틀어져 1년 동안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던 중 우연히 같은 환자로부터 ‘수영을 하면 덜 아플 것이니 해보라’고 권유를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다녔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수영을 배우라는 권유를 받게 됐죠. 막상 도전을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불편한 다리로는 동력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죠. 그래서인지 남들 보다 배우는 게 늦었어요. 흥미도 없어지고 못 다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영을 할수록 허리 통증이 덜해졌어요. 한 다리라도 발차기를 하며 수영을 했더니 나도 모르게 허리가 강화됐던 거죠. 그 후 좀 더디긴 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수준급의 실력까지 올라섰죠”
모든 영법을 배운 그는 생활체육인 대회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일반인 보다 1시간씩 더 연습했던 김 사장은 운동을 통해 건강을 찾으니 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됐다. 생업 활동을 하는 지금도 매일 1시간 30분씩 수영을 한다. 현재 그는 일반인 수영대회 참가가 당연시 될 정도로 동호인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통한다.
“수영을 잘하는 동호인들과 경쟁해보니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대회에 참가하니 운동을 통한 성취감도 커졌어요. 혼자 할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되고 1등을 위해 힘을 냈죠. 수영에 매진할수록 허리 통증은 점차 사라져갔죠. 그 때부터 일반인 대회를 매달 나갔어요. 바다와 실내를 가리지 않고 참가했죠. 메달을 딴다는 목표가 좋았죠. 5km 대회에서 1등을 한적도 있어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는 일반인들과 함께 수영대회를 치르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다. 이후 그는 한 단계 높은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철인3종 경기다.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로 이뤄진 올림픽 철인 3종 코스(일반인 포함)에 무작정 도전했다. 비록 한 발로 하는 달리기였지만 그는 일반인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다. 물론 엄청난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간에 포기한 구미 대회 이후 특수 목발을 구비해 팔꿈치에 고정하고 매일 200m 운동장을 20바퀴씩 뛰었죠. 나중에는 체력이 좋아지면서 40바퀴씩 돌았어요. 연습하니까 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손에 물집은 중요하지 않았죠. 사이클도 한발로 죽을힘을 다해 연습했어요. 오르막이 가장 힘들었어요. 한발로 해야 하니까요.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니까 어느새 수준급의 실력까지 다다르더군요. 결국 올림픽 코스를 완주했죠”
김 사장은 패럴림픽에 출전해 자신처럼 목발을 짚고 철인3종 경기에 나서는 사람들과 경쟁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수영 지도자의 꿈도 꾸고 있다. 비장애인, 장애인 가리지 않고 가르쳐서 올림픽에 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구미시 수영연맹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매주 이틀은 무료로 수영 강습을 하고 있어요.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죠. 장애인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수영을 가르치고 싶어요. 저도 배울 때 일반인이 가르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어린 친구들은 제대로 배워야 하죠. 개인적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기록을 제가 깨지 못할 때면 ‘젊었을 때 왜 운동을 안했을까 그 때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하죠”
마흔에 시작한 마라톤 도전…성취의 기쁨 만끽하며 삶의 원동력 되찾아
최현주(여·44) 강사(나의 치유와 우리의 변형, 프리랜서)는 40살이 넘어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과는 담을 쌓은 인생을 살던 그는 우연한 계기에 ‘Born to Run’이란 한 권의 책을 접하면서 운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멕시코 고산지대에 사는 어느 부족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70세 노인들도 산을 뛰어다니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책을 통해 자극을 받았죠. 물론 도전이 쉽지는 않았어요. 걷기부터 시작했는데 40살이 넘어서 하려보니까 너무 피곤했어요. 일에 지장이 될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멕시코 노인들처럼 뛰어보자고 생각하고 조금씩 뛰었어요. 2바퀴를 돌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책 속의 노인들을 생각하며 한 발이라도 더 뛰었죠. 포기하지 않고 뛰다 보니 어느새 운동장 10바퀴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어요. 그 때부터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어제보다 조금 더 뛰려고 매일 노력했고 목표를 정해 조금씩 달성해 나갔죠. 뛰다보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아서 자극도 받았어요.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다 보니 2.5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을 정도가 됐죠. 그렇게 매일 노력하니까 5km를 뛸 수 있는 체력과 몸이 만들어졌죠”
최 강사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 시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무작정 10km 마라톤을 신청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뛴다면 10km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목표는 쉬지 않고 완주 하는 것으로 세웠다.
“정말 사전 지식도 없었어요. 어떻게 뛰어야 더 빨리 뛰는지 호흡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 최대한 뛰던 그대로 자연스럽게 도전했죠. 그 대회가 지난해 10월이었는데 달리기를 시작한지 1년 밖에 안 됐을 때에요. 기록은 1시간8분 정도가 나왔어요. 중간정도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도 내가 1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에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죠”
이 후 최 강사는 인터넷으로 대회가 열리는 정보를 파악해 매달 대회에 참여했다. 비록 참가 메달이지만 이를 수집하는 재미도 느꼈다고 한다. 운동을 통해 얻은 성취감은 어느새 삶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 강사의 도전을 지켜본 지인들의 반응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제가 대회에 참가한 메달을 보여주니까 자극을 받았는지 지인들 중에 마라톤을 시작한 사람이 3명이나 생겼어요. 제가 운동을 진짜 못하니까 주변사람들이 ‘쟤도 하는데’라고 말하며 시작했죠. 최근까지 완주메달을 5개나 땄어요. 별 것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성취감이 대단해요”
달리기를 하면 몸이 상쾌해 진다는 그는 힘이 들어 달리기를 멈추고 싶은 순간이 지나가면 가뿐한 느낌이 찾아온다고 한다. 일명 ‘러닝 하이’ 상태다. 그 기분으로 인해 삶의 기쁨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제는 달리지 않으면 몸이 무겁다는 그는 올 하반기 하프 마라톤에 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제 나이와 몸 상태가 있으니 마라톤 풀코스는 아직 모르겠고 21km 정도인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처음 10km 마라톤에 도전할 때처럼 걱정은 있지만 자신감도 있어요. 뭐 해보는 거죠. 연습은 따로 한다기 보다는 평소처럼 하려고요. 1시간 이상씩 달리는 거죠. 약속이 있어도 그 전에 뛰고 약속장소에 가요”
이제 달리기는 그의 삶의 일부가 됐다. 최 강사는 자신이 느낀 운동의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달리기가 취향에 맞지 않다면 자신만의 종목을 찾아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면 성취의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성취의 기쁨은 곧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게 최 강사의 설명이다. 건강한 신체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자신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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