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틈탄 지방갑부 최평규의 사욕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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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20 00:02:58

재벌기업에 대한 정부의 눈초리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후보 시절부터 ‘재벌개혁’을 주창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정부는 재벌기업에 대한 감시·감독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관련 정책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반(反)재벌 정서’라는 추진 동력까지 얻은 정부의 재벌기업 옥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재벌기업 옥죄기’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특히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재벌기업에 편중된 정부의 개입도 문제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감시·감독이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의 도 넘은 일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S&T그룹의 사례는 이미 재벌기업에 편중된 정부의 감시·감독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S&T그룹은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성장해 현재는 지주회사인 S&T홀딩스를 비롯해 총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 반열에 올라 있다. 창업주는 최평규 회장이다. 최근 최 회장은 개인 소유의 금융사를 설립한 후 상장기업 자금을 종잣돈 삼아 서민을 상대로 한 이자놀음을 일삼아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최 회장이 지분의 100%를 소유한 S&T저축은행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기업의 경우 종잣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S&T그룹 창업주를 등에 업은 S&T저축은행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S&T저축은행은 S&T그룹 각 계열사의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종잣돈을 마련했다. 물론 최 회장 개인 소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S&T저축은행의 현금 및 예치금 규모는 33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S&T그룹 관련 기업 및 재단의 예치금(정기, 보통)은 351억원이나 됐다. S&T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곳으로는 S&T홀딩스 100억원, S&T중공업 152억원, S&T솔루션 9억원, S&T장학재단 외 190억원 등이었다. S&T홀딩스와 S&T중공업의 경우 증권시장에 기업을 공개한 상장기업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최 회장이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수의 소액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S&T저축은행은 지난해 총 116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이 중 106억원이 모두 이자수익이었다. 사실상 별도의 자금운용 없이 오로지 대출이자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S&T저축은행이 지난해 들어 개인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점은 우려감을 더하는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개인고객 대부분이 1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S&T저축은행의 가계자금 대출 총액은 655억원에 달했다. 바로 직전 해에는 가계자금 대출 총액이 100억원에 불과했다. 불과 1년 새 서민을 상대로 한 이자장사 규모를 6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제2금융권에 속하는 S&T저축은행 대출 이자율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대출채권 이자율이 4%에서 19.95% 사이였다. 이 구간에 속한 대출채권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배 가량 늘었다.

일련의 사안들을 종합했을 때 최평규 회장 개인 소유 저축은행이 특수관계 기업의 자금을 종잣돈 삼아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이자놀이에 몰두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개인 기업 배불리기, 금융기업의 과도한 대출사업 의존 등은 모두 산업·금융계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사안들이다. 정부의 강력한 감시와 감독, 또 관련 기업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비판 또한 상당한 사안이기도 하다.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의 오너가 재벌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행태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향토기업의 오너가 정부는 고사하고 일반 국민들의 눈이 무서워 재벌기업 조차 경계하는 행태를 버젓이 행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감시·감독이 재벌기업에만 과도하게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하루빨리 재벌기업에 대한 옥죄기를 멈추고 관리·감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규제의 가장 큰 덕목은 ‘형평성’임을 인정하고 기업의 규모가 크던 작던 문제가 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일부 기업 오너의 일탈과 과도한 사욕행보로 인한 피해자는 모름지기 ‘국민’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