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 ‘정치특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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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별검사, ‘정치특검’일까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29 02:42:46

‘범인을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동수사(初動搜査)다’라는 말이 있다.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증거를 인멸하기 이전에 체포를 위한 목격자 확보, 현장 보존, 수사 자료 등을 확보해야 체포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생긴 말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범인을 잡지 못했던 ‘영구미제 사건’은 하나 같이 초동수사에 미흡했던 전적이 있다. 우리나라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이형호군 사건‘ 비롯해 수많은 강력계, 민사계 미제 사건도 초동수사의 미흡 때문에 끝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도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 갔다. 정확한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허 특검이 의심했던 여당 인사들과 접목이 사실이라면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 검사팀은 오는 25일 60일간의 1차 수사조사를 종료하고 활동을 마친다고 발표했다. 이에 여당 인사들은 “당초 드루킹 사건은 개인의 일탈일 뿐 정부·여당과는 관련이 없었기에 ‘빈손 특검’이 될 수밖에 없었고, ‘특검 깜’ 자체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허 특검이 수사 중간내용을 언론에 노출한 것을 더러 ‘정치특검’, ‘사상 최악의 특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야당 정치 인사들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현재의 ‘빈손 특검’이 된 상황은 일전부터 예견하고 있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김동원·구속)’과 댓글 조작을 공모 했더라도 당초 경찰이 수사에 늦게 돌입한 만큼 증거는 인멸되고도 남았다는 이유에서다.

‘드루킹’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 관련 의혹은 이해 당사자들만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겠지만, 만일 정말 김 지사가 ‘드루킹’과 여론조작을 함께 공모 했다 하더라도 증거는 인멸됐을 것이란 뜻이다.

경찰이 드루킹 사건수사에 정식적으로 착수한 시점은 올해 2월 7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경찰은 압수수색·계좌추적 등의 초동수사에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멸된 증거 앞에는 아무리 특별검사라 한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결국 허 특검은 ‘드루킹’의 증언에만 의존한 채 우왕좌왕 꼴로 60일간의 장정을 마치게 됐다.

한편, 수사 종결을 앞두고 야권인사들까지 허 특검을 비판하고 있다.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허 특검은 수사기간을 연장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현 상황이 드루킹과 범죄를 공모했다는 것이 진실이 아니어도 ‘빈손’, 공모를 했다는 것이 진실이어도 증거가 인멸돼 ‘빈손’ 일 수 밖에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정치특검’ 일 수 있을까

[배태용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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