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쓰레기 문제, 대대적 캠페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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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27 00:01:05

전국의 계곡과 바다는 휴가철이 끝나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과 술병, 각종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된다. 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풍겨 두 번 다시 찾고 싶은 않은 곳이 된다. 관공서의 손길이 뻗치는 국립공원은 덜 한 편이다. 하지만 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취약 지역은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도심의 아파트도 내다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 판에 유원지나 산자락 아래의 계곡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래서 관련 군청이나 시청은 매년 행락객들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내문을 붙이거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그 양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휴가철 도심 인근의 캠핑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제품은 아예 겉봉도 뜯지 않았는가 하면 일부 쓰레기는 내다버리기 위해 일부러 집에서 가져온 것들도 있다.

휴가철 쓰레기가 많은 이유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음식물아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휴식 문화가 먹고 마시는 것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부어라 마셔라’에 치중하다보니 그만큼 준비할 재료가 많아지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음식물쓰레기의 종량제가 실시됨에 따라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피서객들에게 쓰레기는 불필요한 짐이며 쓸모없는 것일 뿐이다.

여기에 이기주의가 만연되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도 문제다. ‘난 잘 쉬었으니, 버리고 가면 그만’이란 생각은 휴가철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매년 반복되는 이 후유증을 없애려면 계도나 법칙금 부과가 아닌, 국민이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는 국민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현 세대의 것이 아닌, 후세들이 잠시 맡겨 놓은 자산’이라고들 한다. 따라서 우리에겐 그 자연을 제대로 지키고 유지해 후손들에게 전해줄 책임이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에선 환경파괴로부터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나 싶다. 미국의 경우 1980년 초 아웃도어가 활성화돼 자연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환경파괴가 심해지자 LNT(Leave No Trace)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자신이 있었던 장소를 최대한 복원해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것이다.

최소한의 흔적마저도 지우자는 LNT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이제는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의 기본 행동원칙이 되고 있다. LNT에서 쓰레기에 관련된 항목은 두 가지로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Plan Ahead and Prepare)’와 ‘쓰레기를 확실하게 처리하기(Dispose of Waste Properly)’이다.

사전 계획과 준비가 중요한 이유는 꼭 필요한 만큼만 챙겨간다면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가 가지고 간 것은 ‘자기가 가지고 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남은 음식과 쓰레기는 모두 배낭에 넣어 가지고 온다.

최근 유럽에선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플로깅(plogging)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플로깅은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Jogging’이 합쳐진 말이다. 아침운동(조깅)을 하며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LNT나 플로깅 같은 캠페인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차해야만 한다. 또한 캠페인은 강제성이 없는 만큼, 사회적 동의를 통한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플로깅 캠페인이 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같은 SNS의 힘이었다.

국내의 경우 아웃도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등산마니아들을 중심으로 LNT 캠페인을 실시하자는 의견이 대두됐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떨어지다 보니 인식의 단계에서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쓰레기로 인한 후유증과 1인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LNT나 플로깅 같은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에너지 최대소비국이란 국제적 망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자연은 망가뜨리긴 쉬워도 다시 복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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