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향후 5년을 재단하여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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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울기, 미국 중심의 선진국이 중국 중심의 신흥국 경제 압도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9-01 15:43:54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에 대한 섣부른 예측들이 벌써 나온다. 중국이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양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승부에 판가름이 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조만간 중국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실탄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휘청거릴 조짐까지 보인다. 특히 뇌관인 기업과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이는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제에 다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호조세를 보이던 중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도 3개월 째 내리막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의 전선을 조율하면서도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 조치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수면 하에 잠겨 있는 뇌관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중국 경제가 엄청난 시련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새나온다.

반면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의 전선이 중국을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되는 기미다. 멕시코와 캐나다와 개정 협상을 하고 있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대체적으로 미국의 의도대로 끝내기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터키·이란·러시아 등에 대한 제재는 미국 쪽에 상처는 거의 없고, 상대에게만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중이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 같던 EU와의 통상 전쟁은 소강상태다. 양측이 공히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화력을 중국에 집중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저항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에게 불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유동성이 충분해 불거진 뇌관을 수습해낼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때까지만 버티면 현 상황의 반전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여론조사는 트럼프 측의 선거 승리 확률이 26%(하원 의석 기준)에 불과하다는 판세를 내놓고 있다. 고학력자, 여성 등을 중심으로 반(反)트럼프 세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경제 재건의 성공을 내세우면서 판세의 역전을 노리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역대 중간 선거를 보더라도 집권당이 승리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트럼프 사단은 중국에 대해 항복을 받을 때까지 보복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윽박지른다. 현재로서는 이미 빼든 칼을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분간 경제가 하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이를 부추긴다. 경제가 받쳐주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마저 당초보다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원인이 중국의 조종에 기인하고 있다는 트럼프 측의 주장에도 국내 반감이 상당 부분 줄었다.

무역 분쟁을 미·중간의 패권 전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미국인들의 애국심까지 부추기고 있다. 다만 선거 판도는 이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측이 완벽하게 패배할 경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관세 폭탄은 진정되더라도 기술·환율을 매개로 하는 무역 전쟁은 시한이 없다. 최소한 현재의 상황이 오는 11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강한 압박과 중국의 버티기가 한동안 지루하게 전개될 것이다. 북한 핵을 지렛대로 미·중간의 치킨 게임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현재 양국이 치열하게 공방을 하고 있는 분야는 관세 보복으로 전면에 노출되어 있는 일차 전쟁이다. 이와는 별개로 중국의 첨단 기술 탈취에 대한 미국과 여타 선진 기술 보유국들의 지적재산권 보호는 미국의 중간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될 이·삼차 전쟁이다. 미국이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는 환율 압박 수단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과 맞물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무역 전쟁 시나리오다.

관세 폭탄 공세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기술과 환율을 매개로 하는 전쟁은 중국으로서도 감내하기가 어려운 실로 가혹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 편이냐, 아니면 중국 편이냐 하는 편 가르기 형태로 글로벌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어쩔 수 없이 미국 편에 서야 하는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권의 속성이 본래 그런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후로 한 때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리드해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가 확실한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무게 중심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다시 옮겨오고 있다. 일본 경제마저 착실하게 부활하고 있고, 유럽 경제도 그리 나쁘지 않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전선 확대로 신흥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악화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향후 최소 5년은 이러한 정세가 이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바르게 읽는 것은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게 필연적인 수순이다. 우리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新)남방정책도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이 간파되면서 기업의 진로가 정해져야 한다. 주력 시장의 부활과 새롭게 생겨나는 신흥 틈새시장을 두고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의 국면이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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