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혼란만 키우는 한심한 부동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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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03 00:03:03

정부는 지난해 8월 2일 갭 투자를 통한 부동산 투기와 분양권 판매, 투기세력들의 부동산 거품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강남 4구와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으며 서울 25개 구와 고양시를 비롯한 주요 수도권 지역은 청약조정 지역으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는 LTV와 DTI를 40%로, 청약조정 대상 지역은 LTV의 경우 70%에서 60%, DTI는 기존 60%에서 40%로 조정했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더욱더 강화해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세대 당 1건 이상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청약조정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하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기존의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를 적용했다.

이에 임대 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자, 12월 13일에는 임대주택 등록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올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를 강화하는 대신 임대 사업을 등록한 사업자의 경우 양도세 등을 감면해주었다.

정부의 발표에 올 초 부동산 업계 최고의 화두는 임대사업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올 전반기에는 ‘부자되는 주택 임대사업’, ‘나는 소액으로 임대 사업해 아파트 55채를 샀다’같은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또한 올 7월까지 신규 등록한 임대주택 사업자는 8만여 명으로 지난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 7000여 명)를 뛰어 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임대주택 사업이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동산 대책이 이젠 정부의 뒤통수를 칠 것 같은가보다. 지난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등록된 임대주택에 주는 세제 혜택이 과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개선책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임대 등록의 혜택을 집을 새로 사는 수단으로 역이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택임대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대출을 통해 8.2 대책의 핵심인 LTV와 DTI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혜택이 투기수요를 야기하고 매물 잠김 현상으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부여하던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약 9개월 만에 원위치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수정안이 기존 임대사업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선 정책에 대한 불심임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또한 ‘제대로 된 정책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정책의 불신은 국민적인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는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은 공공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 의해 결정된 행동방침을 말한다. 즉 실행하고자 하는 원칙이란 말이다. 따라서 정책은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정해져야 한다. 때문에 심사숙고하고 다양한 변수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 사서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화식열전(貨殖列傳)’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정책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정치는 순리에 따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이익으로 이끄는 것이고, 그 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려는 것이며, 그 다음이 가지런히 바로 잡으려는 것이고, 가장 못한 것이 인민들과 싸우는 것’이란 것이다.

지금의 우리 정책은 순리에 따르는 것도, 가르쳐 깨우치려는 것도 아닌 단지 사람들과 싸우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것은 사마천이 지적했듯이 가장 못한 정책이며 가장 하수의 방법일 뿐이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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