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소득층 경제적 자립 고민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10 00:03:00

국제금융협회(IIF)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5.6%로 신흥시장(36.2%)이나 세계 평균(59.5%)보다 높다고 한다. 국내 가계부채는 2007년 665조400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450조8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1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에 이른 셈이다.

이처럼 소득의 증가보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보니 가계부채는 이제 우리경제의 가장 큰 핵폭탄으로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를 가계 부채의 위험성이 큰 나라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보통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를 넘으면 위험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장기간 저금리 정책이 유지되면서 너도나도 부동산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은 현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라 대출로 사는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장인을 비롯해 대학생까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무려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에서 2%로 인하했다. 또한 2015년부터 3년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 사람들의 관심을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따라서 값싼 금리에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대출 규제 정책을 펴는 한편 부동산 소유에 따른 세금 인상까지 들고 나올 판이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소득주도성장과 소상공인 지원 등의 종합정책을 들고 나왔다. 반면에 은행과 금융권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 중이다. 이유는 IMF 이후 국내 은행이 기업 대출을 통한 이익이 아니라 가계 대출을 통한 돈 장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건전성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가계부채는 더 심각해진 셈이다. 1금융권이 가계대출을 통한 돈 장사에만 치중하다보니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은 돈을 빌릴 곳이 없어 제2금융권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결국 1금융권의 돈 장사가 2금융은 물론 3금융까지 먹여 살린 셈이다.

문제는 앞에 언급했듯이 국민총생산대비 가계부채비율이 95.6%에 달한다는 것이다. 부채 비율 중 7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돈이 집에 묶여 있으니 물건을 살돈은 물론 외식 한 번 할 돈도 없는 셈이다. 먹고 싶고 원하는 것을 사고 싶어도 수중에 돈이 없으니 경기가 살아날 수가 없다. 빚이 무서워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시중에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실업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증가는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도 이젠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성장 잠재력 후퇴와 고령화, 생산성 하락 등으로 인해 2030년에는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020년대 2%대 초반, 2030년대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의 여파는 지금보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경우가 더 치명적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그만큼 고용시장 역시 얼어붙기 마련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의 상승은 고용주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직장인들이 실직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엔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일자리의 부족과 상실은 결국 가계대출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며 결국 그 리스크는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게 된다. 은행의 부실은 결국 경제 전반에 커다란 태풍이 될 것이다. 때문에 96.5%에 달하는 가계부채비율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핵폭탄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을 잡겠다는 생각에, 수도권 내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지어 부동산을 잡을 때가 아니다.

가계부채는 부채 그 자체를 보기보다 제반적 여건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다. 그린벨트를 풀기보다 미분양 주택의 교통 불편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먼저며 가계소득을 증대할 방안을 찾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저소득층 급여를 제공하기보다 이들이 꾸준히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란 말이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일자리와 경제 분야는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기업들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즉 경제는 민간 기업이 시장을 움직이는 쪽으로,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은 가구를 돕는 일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철규 sicsicm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