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황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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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나광국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12 13:30:01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이면서 정부가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집값은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추가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가격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서울시 아파트 거래는 3618건으로 하루 평균 362건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 241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공개한 ‘개인파산 및 회생사건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0대이 회생 및 파산 신청자 증가율이 다른 연령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7.2%를 기록했다.

매년 개인파산 신청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유독 20대 파산 신청이 증가하면서 일각에선 사회적 문제로 심화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파산신청은 743명으로 2013년 484명에 비해 53.5%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세 미만의 평균부채는 2385만원으로 지난 2010년에 비해 154% 증가했다. 모든 세대 중 소득이 줄고 있는 세대는 30세 미만이 유일했다. 소득이 줄어든 반면 빚이 증가하는 20대가 많아졌고 주거비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기 때문이다.

20대에게 서울 아파트는 스트레스다. 서울 전역 집값이 뛰면서 서울로 시작되는 주소가 직장 못지않은 스펙이자 계급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에 거주하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2012년 대비 2016년 20대 우울증 환자가 22% 증가했고 80세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서 가장 큰 증가폭이라는 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질병, 유전보다 사회적 환경이 우울증에 더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열풍을 직접 경험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암호화폐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돈을 벌어보자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반증이었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심지어 칠포세대까지 우리는 지금 포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 분명 가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가치 있는 일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집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 열광했던 젊은이들은 어쩌면 그것들을 포기하기 싫었던 것 같다. 물론 복권과 도박에 빠지면 안 된다. 하지만 20대 젊은이들이 치솟는 집값 앞에서 가장 좌절하고 있는 2030 청년 세대다. 이들이 납득 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이 나와 지금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환경을 바로잡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