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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마가복음 11 : 2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8일 평양에서 ‘연결’을 화두로 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세 번째 만남이자, 평양에서 남한 대통령으로 세 번째 만남이 11년 만에 이루어지는 남북정상회담이다.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평화’지만 보다 구체적인 의미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에 2986억 원을 추가로 편성하는 내용의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국내 정치권에서도 초당적으로 지지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또 정권이 바뀌어도 효력이 유지되는 ‘법’ 수준으로 위상을 높여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 그 자체만으로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비준을 고집하기에 앞서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판문점 선언에는 ‘~하여야 한다’라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항이 하나도 없다. 단지 ‘~ 하기로 하였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을 뿐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못을 박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막대한 국가예산 투입 ‘판문점 선언’…비준 시 최대 수혜자 김정은 위원장
이런 문구만으로는 북한에 ‘법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반면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는 ‘포괄적 협력’을 선언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이 비준될 경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면서 정부는 대북지원에 상당한 규모의 국가 예산을 투입할 명분을 갖게 된다. 청와대가 제시한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된 내년도 총예산은 4712억 원이다.
2018년도 예산이었던 1726억 원과 이번에 추가로 편성된 2986억 원을 더한 액수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현대화 2951억 원, ▲산림협력 1137억 원 ▲사회·문화·체육교류 205억 원 ▲이산가족 상봉 336억 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83억 원 등이다. 실제 철도·도로 현대화를 완료하는 데만 최소 수조원이 들것으로 예측되는데, 청와대는 내년도 비용만 적시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며 순간만 떠넘기려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판문점비준 동의안 비용추계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7년 10·4 선언 이행 후속조치로 남북 총리회담합의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와 흡사하다. 이 무렵 2008년도에 한해 1948억 원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북한에 들어가 인프라 상태를 점검한 한 연구원은 해방 이래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레일·침목이 모두 삭을 대로 삭아 시속 40~50Km가 고작이며, 급커브도 많아 아예 철도를 새로 깔아야 하는 곳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남측 고속전철이 운행되려면 기존 철로를 완전히 개·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난관을 해결하려면 최소 4조원, 최대 38조 원이 들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보 천치가 아닌 담에 북핵 뇌관도 빼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고 참여를 하겠는가. 남북과 중·러 철도를 잇는다고 지역 간 통합이 이뤄져 문 정권이 바라는 평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 정권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과거 ECSC출범을 지지했던 미국의 태도가 남북 철도 현대화에 대해서는 쌀쌀맞기만 하다. 좀 더 말한다면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철도공동체가 뜻대로 이뤄진다 해도 지역 평화가 저절로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철도공동체를 제안하고 추진하려는 문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하는 눈이 예상외로 많다.
가뜩이나 석탄 밀반입 사태 등으로 틈만 나면 북한 편을 드는 대변자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4.27 판문점 선언이 비준될 경우 최대 수혜자는 말할 것도 없이 김정은 정권이 될 게 뻔하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방북했던 정부의 대북 특사단의 결과도 시원치 않은 것 같다.
비핵화 약속 수차례 깬 북한의 ‘전과’…김정은 위원장 적극 비핵화 노력 이끌어내야
18일~20일 예정대로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갖는다는 것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는 이례적인 내용이다. 북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 받은 미국도 가타부타 평가가 없다. 변한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전달 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는 비공개 메시지다.
이와 함께 미국은 종전선언에도 부정적이다. 이는 종전선언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종전 선언이 자칫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초기조치를 이행 하지 않거나 시간만 끌면서 부실한 보고를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수없이 깼던 북한의 ‘전과’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의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비핵화를 약속하는 북한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질 행동은 보지 못했다. 비핵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사실상 미국이 지적하듯 판문점 선언이후 넉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조치는 전무하다. 오히려 이 기간에 핵 개발을 계속해 핵무기 개수를 더욱 늘렸다는 소식만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판문점 비준을 재촉하기에 앞서 비준 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국회와 국민들에게 공개부터 했어야 옳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여당은 그동안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야당을 소외시키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관련 정보를 야당에 충분히 제공하고 국민들에게는 설명을 해, 비준에 대한 우려를 경청한 다음 이를 해소할 대책을 함께 도출하는 것을 먼저 했어야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회담까지 열렸지만 비핵화는 여전히 꼬여 있다. ‘1년 내 북한 비핵화’는 문 대통령의 희망 사항이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로 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의 문 대통령의 말만 믿고 여기까지 왔다는 불만의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의 핵 포기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혼밥’을 한 방북 특사가 북한의 말을 좋게 해석해 세상에 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다. 곤란하다. 일이 더 꼬이는데도 말이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으로 비핵화의지, 한·미 훈련 이해 등을 직접 얘기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그래야 종전선언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비핵화가 없는 남북관계 개선은 공허한 외침이자 시간 낭비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재정추계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은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그전에는 판문점 선언이 비준돼서는 절대 안 된다.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이유에서 이번 비용추계의 적정성을 놓고 여야 간 의견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설령 불편하고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어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실질이행에 있어 과감한 결단을 내리도록 설득을 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억대에 달하는 국고를 낭비하면서까지 굳이 평양을 갈 필요가 없다.
“주여 나의 모든 소원이 주 앞에 있사오며 나의 탄식이 주 앞에 감추이지 아니 하나이다” <시편 38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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