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 몰리는 투심, 증시 빈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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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21 14:34:25

최근 국내 증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2300을 밑돌던 코스피 지수는 20일 2323.45까지 올랐고, 800선 안팎을 맴돌던 코스닥 지수도 830선까지 올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증시 활황과 미중 무역분쟁 완화,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굵직한 이슈가 호재로 작용한 데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회계감리 문제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어서다.

일단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주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요 며칠 국내증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종목이 대부분 제약·바이오주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금감원이 바이오주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기준을 내놓으면서 제약·바이오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분이다.

벌써부터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제약·바이오주가 하반기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할 주도주가 될 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인해 부동산에서 이탈한 대규모 자금이 제약·바이오주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제약·바이오주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몰리다보니 최근 국내 증시에서 분야별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종목은 11개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반면 일반기업의 상장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일반기업 신규상장은 4개, 코스닥 41개다. 공모규모는 코스피 5491억 원, 코스닥 1조35억 원 등으로 지난해 공모규모의 12.3%, 28%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카카오게임즈까지 상장을 접으면서 전체 공모시장이 축소된 것이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 기대를 모으며 상장에 나섰던 티웨이항공도 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에 상장을 진행한 이후 주가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문제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관심만 지나치게 높다보니 오히려 국내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업적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가 내년 중반이 지나서야 발표된다.

사실상 그 전까진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내릴 근거가 부족해 투자와 투기의 차이가 모호하다. 투기는 희소성이 높지만 값을 제대로 메길 수 없는 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그렇다. 투기의 장으로 변질된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경제 활력을 일으켜야 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수지만, 상장을 해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요원하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겐 자금조달이라는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기업이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식의 선순환 구조가 요원해지는 셈이다.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지목된다.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혁신성장에 나설 수 있도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법인세율을 올려 기업의 세부담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인 미국은 2017년 말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율을 21%로 인하했고, 프랑스는 2022년까지 25%로, 영국은 2020년까지 17%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업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글로벌 경제흐름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 및 기업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앞장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