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협상 DNA 취약…협상 준비도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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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와의 협상에서 왜 우리가 자꾸 밀리게 되는가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9-22 21:17:08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부닥치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협상이다. 협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쌍방 이상이 있어야 하고, 일정 수준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적으로 타협을 위한 합리적인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갈등보다는 평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일방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되고 궁극에는 큰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협상을 통해 파국을 막고 화합을 통한 발전의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협상의 실패로 비극을 초래한 경우도 허다하다. 국가 혹은 집단 간의 큰 규모의 협상에서부터 기업 혹은 개인 사이에도 다양한 형태의 협상이 존재한다.

협상을 통해 더 큰 비즈니스의 물꼬를 트고, 개인도 지금보다 나은 도약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예로부터 인류는 남과 어울려 사는 지혜를 배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혼자 하기보다 남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서구 사회는 물론이고 이웃인 중국과 일본에도 이는 매우 보편화되어 있는 관행이자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중국은 ‘콴시(關係)’의 형태로 나타나며, 일본에서는 사무라이 정신에서 파생되어 나온 ‘의리(義理)’를 매우 중시한다. 둘 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홀로 잘 살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것에 익숙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둘 이상이 같이 하는 것보다는 혼자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친인척은 물론이고 부모자식 간에도 사업만큼은 같이 하지 않는 것을 마치 철칙으로 여긴다. 좁은 시장 바닥에서 혼자 해도 수지 타산이 잘 맞지 않는데 같이 하면 결국 둘 다 망한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다. 그 이면에는 자기만 잘 먹고 살겠다는 이기심이 작용한다. 이런 고질적인 병폐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한국병(病)의 근원이 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런 이유로 인해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남과 어울리고, 문제를 만들지 않고 지내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한다. 태생적으로 협상에 친숙하고, 또 이를 잘 할 수 있는 소양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자에는 우리 사회에서도 협상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학문이나 기술의 단계로까지 격상되고 있는 분위기다. 협상학 혹은 협상술 등과 같은 것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워낙 남과 토론하거나 사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해 씁쓰레하다.

최근 글로벌하게 붐이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적 개념도 상생 혹은 콜라보(협업)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제조 기술 기반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내면적 요소인 융합이나 협력의 관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이 부문을 보완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점을 새겨들어야 한다. 협상에 대비하는 완벽한 준비에서도 상대에게 밀리면 협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양자 혹은 다자간의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와 조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측 인사들의 매너, 대화 기술, 협상 능력 등에서 상대에 비해 부족하다는 감을 많이 받는다.

전반적인 협상의 스킬이 상대에 비해 뒤떨어질 수 없는 것은 DNA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 상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요구되는 후천적 요소론 충분한 경험과 지식, 전문성과 더불어 완벽한 준비 등이 있다.

사회주의 독재 체제 인사들이 자유민주주의 인사들보다 협상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요소들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의 협상 상대를 보면 거의 평생 동안 한 분야에 종사함으로써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나오는 인물들도 잘 바뀌지 않는다. 수시로 협상 인물이 바뀌거나 이리저리 옮겨 다님으로 인해 지식 축적이 되어 있지 않은 우리 측 인사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대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나이, 성격, 취향은 기본이고 이력과 전문 경력 등을 빼꼼하게 체크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완벽한 준비로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상대와의 협상에서 우리가 밀리는 또 다른 이유가 준비성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과거의 협상 기록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하면서 협상 전략을 짜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그리고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하면서 처음에 제시할 카드와 중간 중간에 던질 승부수, 그리고 마지막 카드 등 상대와의 협상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해낼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한 파트너 국가에 주재하던 시기에 국가 간 혹은 기업 간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너무나 많은 실망과 절망을 감지할 때가 많았다. 협상하는 노련미나 스킬에서 서툴다는 점은 용인이 되지만 상대보다 준비 정도에서마저 너무 안일하다는 더 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화가 나기도 한다. 기본적인 협상력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준비만큼 더 나은 협상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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