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의 지탄을 받는 누가 봐도 ‘이상한 국가’ 반열에 올라 있다. 유엔이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이중삼중의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인지상정 북한정권이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이상한 체제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무려 3대에 걸친 세습권력의 무자비하고 살인적인 반인권 독재체제가 폭력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북한체제에 살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자문해 보는 것은 틀리지 않다. 우리가 지금 잇단 남북정상회담과 비핵화 운전자론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화해무드를 통한 남북경협은 경제적인 기준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도덕의 잣대로도 성공하기 힘들다. 현 김정은 체제의 연명에만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남북 모두 속된말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모양새다.
현 북한체제가 유지되는 한 경협의 불투명성은 한국경제의 위험성을 더 크게 담보할 뿐이고 경협이 성공한다고 해도 불가피한 개혁·개방에 따른 북한체제의 소요사태라는 더 큰 위험성을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온전히 끌어안아야 한다. 나아가 전자는 살인귀 수준의 인권에 눈감아야 하고 후자는 우리경제의 기관차격인 대기업들을 송두리째 제2의 현대그룹 사태와 같은 블랙홀로 빠져들어 가게 할 수 있다.
북한의 현 체제로는 북한 경제의 부흥을 약속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경협 대상은 결국 제2, 제3의 체제가 대안이다. 전 세계가 죄인이라고 포승줄을 묶어 놓은 체제를 우리만 풀어주는 식의 경협이 가능하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상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반세기 넘는 선전선동 속에서 오히려 북한경제는 전 세계 최악 수준의 빈민국으로 떨어졌다.
작년만 해도 북한의 명목 GNI(국민총소득)는 36조원에 불과해 우리의 1730조원에 비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만큼 가난하게 산다는 말이다. 북한 소득은 우리와 비율로 보면 2.1% 수준이다. 국민 1인당 GNI도 우리의 4.4%에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 총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1조7000억불로 글로벌 12위에 랭크된 반면 북한은 아예 자료가 없어 순위조차 파악되지 않는 유령 같은 반열에 있다.
북한체제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눈은 정말 의아하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세계의 시선은 도무지 존재하기 힘든 체제가 가공할 폭력으로 유지된다는 것에 여전히 변함없이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 연대행동을 한 것이 숨통을 조여 말라죽게 하는 경제제재다. 전 세계 국가의 양심이 오죽했으면 이 정도까지 갔겠는가.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닌 죄인의 국가로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우리는 거듭 곱씹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만이 독단으로 북한체제를 수용하기 어렵다. 세금 없는 행복한 지상천국을 만들겠다는 3대에 걸친 꿈의 나라는 수백만 탈북민들의 지옥 같은 생활상에서 얼마나 허위로 가려졌는지가 여실히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비롯한 영구 핵클럽 좌장국가들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까지 만장일치 찬성해 꽁꽁 동여 맨 포승줄을 우리가 풀 수 있다는 생각은 차라리 어리석다. 우리가 할 일은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 한정돼 있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섣부른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겠다는 생각은 우리 국민들에게 악마의 선택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경협은 현 북한체제와 진행한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할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실수의 결말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경제추락이다. 5000만 국민 전체가 감당해 내야 하는 가난으로의 항진인 것이다. 무리하게 대기업 총수들을 끌고 가 경협 투자를 직·간접 강요하고 있는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 수출 6위의 전 세계 경제사상 유례없는 기적 같은 경제위상을 끌어가고 있는 선두에 우리 수출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다.
현재 경협의 중심에 있는 퍼주기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각종 유·무상 원조이고, 또 하나는 우리기업들의 대(對)북한 투자나 협력이다. 전자는 경제제재로 숨만 쉬고 있는 김정은 권력을 살리는 일이고 후자는 그 체제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다. 이 논리는 이제 삼척동자도 안다. 문제는 이 모든 퍼주기의 끝에 우리 국민들의 무한책임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데 있다. 가히 남북이 공멸하는 게임일 수 있는 소름 돋는 그림이다.
미국의 의지대로 비핵화가 온전히 완성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려 경협목표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비극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경협이 성공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이 올라간다고 해도 3대 세습체제가 존재하는 한 비극은 더 깊어진다. 수백만에 달하는 탈북민과 정치범 및 그 가족 등이 그 비극의 씨앗이다. 그들의 비참한 인권을 온전히 묻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살리는 경협이 북한 동포 전체를 위해 도덕적으로 정당한 행위인지를 숙고해야 할 이유다.
만약 그동안 북한 식 권력이 경제적으로 크게 번영하고 그들이 선전선동하는 유토피아 국가를 이뤘다면 우리는 물론 전 세계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 식 사회주의를 배우기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3대에 걸친 유토피아 건설의 꿈은 망상이 된지 오래됐다. 작금의 북한 경제를 보면 그동안 해 온 선전은 거짓이었고 선동은 그 거짓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했다.
북한 체제는 보통국가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보통국가의 핵심에 국제사회의 신뢰가 있고 그 신뢰의 기반은 인권이다. 인권의 장막이 철저히 가려진 체제에서 신뢰가 발아하기 어렵다. 장막을 올리려면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상대해야 할 북한은 새로운 체제이거나 과거와 현재의 행위를 온전히 용서받을 수 있는 체제이어야 한다. 이 기반이 없는 남북경협은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권력유지만을 위한 가면을 쓴 행위로 오해받기 안성맞춤이다.
작년 기준 북한의 산업구조는 광공업 31.8%, 농립어업 22.8% 등으로 먹거리 기반의 절반 이상이 전형적인 후진국형이다. 여기에 올해 5월까지의 수출입 물동량을 보면 중국의 비중이 95%에 이른다. 그런데 북한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중국은 이마저도 대폭 줄이고 있다. 때마침 들어선 현 정부가 현 북한 체제에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배경이다. 북한은 당연히 우리의 물을 빨아들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다. 그래서 역으로 우리가 취할 스탠스는 지금의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년에 비해 3.5% 추락하는 최악의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이는 지난 1997년 마이너스 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역주행이다. 북한 경제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 빅딜 수단인 핵마저 트럼프를 만나 통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우리가 기사회생시켜준데서 나아가 무리한 퍼주기까지 할 이유가 없다.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불안과 공포에 떠는 상황에서 자칫 ‘남한판 리얼리티 쇼’가 강행 될 경우 대한민국 경제는 무기한 마이너스 성장과 중진국 추락까지 담보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84
감동이에요13
화나요72
슬퍼요6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