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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욱일기(旭日旗)를 펄럭이며 자신들의 관함식 개최는 물론이고 국제 관함식에 참여하고자 하는 행위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망동에 가깝다. 전범의 역사를 치욕스럽게 여기고 반성해도 모자라는 판에 그 상징인 깃발을 종횡무진 펄럭이는 일본인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정도다.
일본은 아시아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으면서 수많은 인명을 무자비하게 살상하고 온갖 약탈과 노략질을 서슴지 않은 특급 전범자의 위치에 여전히 있다. 그 상징이 욱일기다. 이 깃발은 전승국 미국 등 연합국에 의해 1급 살인마의 중죄인처럼 포승줄에 꽁꽁 묶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욱일기는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 후 10년이 채 안 되는 1954년 슬그머니 전범의 상징으로 재등장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같은 전범자의 위치에 있던 독일과는 전혀 상이했다. 독일 나치즘의 상징 깃발인 하켄크로이츠 문양(갈고리 십자가)은 사라졌다. 독일은 그 어떤 상징으로도 이 문양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일본은 뻔뻔스럽기 그지없게도 자국의 함정이나 군에 욱일기를 자랑스럽게 매달거나 들고 다닌다. 이번 제주도 국제관함식(10~14일) 욱일기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자국의 법령까지 들며 욱일기 게양을 굽히지 않다가 불참선언으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지만 우리에게는 일본의 몰염치와 후안무치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자위대 합참의장격인 통합막료장이 한 말이 가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욱일기에 대해 ‘우리의 자랑이고 내려갈 일은 절대 없다’고 하면서 흠씬 만용을 부렸다.
우리는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의 얼굴을 보아 왔지만 그것을 경계하는데 언제나 느슨한 태도로 임하는 잘못을 해 왔다. 일본의 약탈근성은 강한 자의 논리로 자칭 미화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오한이 돋도록 경각심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살인·강도·방화·강간 등의 중범죄를 우상화까지 하는 ‘이상한 DNA’를 옹립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전범의 상징 욱일기가 펄럭이는 것은 또 다른 광기의 진행형에 다름 아니다. 이미 일본은 자위대를 정식 군으로 격상시켜 국내외에서 무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마저 욱일기가 게양된 일본 관함식에 참석해 아베에게 인사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우리 군은 자위대를 공식 군으로 인정하는 문서를 릴리즈하고 있는 형국이기도 하다. 물론 실수라고 보고 싶다.
전범의 상징인 욱일기가 일본에 자랑거리가 되게끔하면 안 된다. 깃발만 바라봐도 참회의 눈물을 펑펑 흘려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삐뚤어진 역사에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면 그들은 또다시 전쟁 살인귀로 변할 수 있다. 중국만 해도 욱일기를 게양한 자위대 군함을 아예 초청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우리 또한 이 같은 분명한 기조가 향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일본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애초 미국이 전후 9년 만에 상호방위조약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기는 했다. 미·일 동맹 체결 후 만들어지진 자위대는 전쟁 망령의 조기부활이었다.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에 무릎 꿇은 일본은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민들의 비통한 아픔과 슬픔을 뒤로한 채 욱일기를 다시 내걸었다. 이후 일본은 자위대를 군이 아니지만 사실상 군으로 급속히 무장해 나갔다.
자위대는 5년마다 무기체계를 현대화 해 오면서 핵을 제외하면 가히 미국 다음으로 강력한 무장능력을 갖췄다. 현재의 일본 군사력은 중국도 만만히 보지 못할 위력을 지녔다. 누가 봐도 자위대는 일본의 정식 군대라고 할 만큼 국가의 지원과 리드 하에 재무장에 성공했다. 욱일기는 그 전면에서 무장의 명분이 됐다. 이제 일본은 미국의 전 세계 군사전략이라는 등을 타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로 포승줄을 풀었다.
아베 총리에 의해 빠르게 진행되는 평화헌법만 마무리 되면 일본 자위대는 명실공히 침략군의 위상을 다시 되찾는다. 욱일기에 자랑스러워하는 자위대 리더의 포효가 마치 제2차 대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짐짓 느낌뿐이지 않다. 평화헌법 포승줄을 끊는 일본의 향후 행보는 범죄자의 깃발인 욱일기로 모일 것임은 불문가지다. 수많은 일본인들은 이미 각종 행사나 스포츠 경기 등에 욱일기를 자랑스럽게 흔들고 있다.
미국조차 주일 군대에서 욱일기 이미지를 일부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 전범의 철창문을 열어주었으니 자위대가 욱일기를 거는데 대해 단 한 번도 제지한 일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미국은 지금 일본의 자위대를 전면에 세우는 동북아 군사전략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 미국의 주력 해·공군 기지들이 있는 것을 쉽게 보면 안 된다. 욱일기는 이런 배경으로 인해 또다시 오판하는 광기의 선두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치열하게 각오해야 한다.
우리도 육군 중심의 체계에서 해군력과 공군력을 꾸준히 증강해 오기는 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열세다. 특히 현대전의 중심을 이루는 해군력은 우리가 시급히 보강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은 꾸준한 해군 현대화 작업으로 세계 5대 이지스함(KDX-Ⅲ) 보유국이 되고 3000톤급 첫 잠수함(KSS-Ⅲ)을 최근 진수하는 한편 4000톤급 상륙함(LST-Ⅱ), 1만톤급 군수지원함(AOE-Ⅱ), 1만5000톤급 대형수송함(LPH 독도급) 등 대양해군의 위상을 착착 갖춰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해군력은 자위대와 대등한 전력을 갖추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 최신 함정들이 모두 우리의 손으로 건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조선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이끌고 있는 조선강국의 위상을 배경 삼고 있기에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려는 군 최고 통수권 차원의 노력만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자위대를 경계하는 수준에 보다 빠르게 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같은 해·공군 전력화의 중요성을 감안, 오랜 육군중심의 관례를 깨고 해·공군 참모총장을 잇달아 국방부 수장인 장관에 앉히고 있다.
제주 관함식에서 욱일기 게양을 고집한 일본의 불참은 양국 관계의 불편함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외견상 논란이 일시 봉합됐지만 오히려 양국 관계의 미묘한 긴장관계는 불이 붙었다. 일본은 우리 측이 해상사열함으로 독도함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자 불참을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영토라고 온갖 생트집을 잡는 독도의 이름을 딴 독도함에 인사를 할 수 없다는 속내가 다분히 깔려 있다.
욱일기를 사이에 둔 우리 측의 강력한 의지표명과 이에 수긍하지 못한 일본의 태도는 이제 가까워지기 어려운 군사적 긴장관계에 불씨를 지핀 상황이다. 욱일기는 한·일 양국의 큰 장애물로 분명히 섰다. 그 욱일기는 우리의 심장을 향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일본은 2차대전 당시 마지막 남은 글로벌 왕따국가로 아시아 수십억명을 끝까지 괴롭힌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 욱일기의 또 다른 전쟁광기가 벌어질 사태에 우리는 치밀한 군사적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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