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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대한 우울한 소식이 그치질 않는다. IMF 등 국제경제기구는 물론 국내 싱크탱크들도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고용지표는 계속 최악이다. 제조업 현장은 물론이고 소상공인들은 이대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거리에서는 사회적 갈등에 따른 시위와 데모가 연일 그치지 않는다.
반면 배가 아플 정도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경쟁국들의 경제는 계속 호조세를 보인다.
이런 사정인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현실을 외면한 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이슈에 함몰되어 쓸데없는 공방으로 일관하면서 허송세월을 한다. 북핵 제재와 관련한 국제적 합의를 무시하면서까지 섣부른 평화와 경제 교류를 서두르면서 국론은 다시 양분되고 있다. 어떻게 무너지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방어와 창출을 해낼 것인가 하는 것만큼 지금 당면하고 있는 시급한 현안은 없다.
왜 이렇게 되고 있는 것일까.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외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내부 이슈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적폐 청산이나 북한과의 화해 등에 치중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는 편협한 우리식 잣대나 해법만으로는 절대 풀 수 없다. 여기서 한국 경제의 본질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체질적으로 우리 경제는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우리 내수 시장이 협소해 외부에서 더 많은 파이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파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고, 기업을 지탱하고 있는 주체가 기업가와 노동자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내에 있는 기업이 외부에 있는 경쟁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져야만 지속적인 파이 창출이 가능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우리 기업이 처하고 있는 환경이 험악해지고 있다. 2008년과 2010년 미국과 유럽에서 발발한 양대 경제위기의 터널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뉴노멀(New-normal, 새로운 기준)이 태동한다. 요약하면 자국우선주의와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이다.
이에 맞추어 대부분의 정상적인 국가들은 자국 이익 극대화에 혈안이 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기업이 자리를 잡도록 한다. 자국 기업이 경쟁국 기업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파이를 더 가져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부를 획기적으로 정비한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철폐하며,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
기업이 더 이상 해외로 나가지 않게 하고, 밖에 나가 있는 기업도 국내로 불러들인다. 규제를 과감히 없애 자국 기업이 경쟁자보다 상대적으로 날개를 달고 활개를 펼치도록 한다. 철저하게 기업에게 유리하도록 금융과 재정 정책을 세팅한다. 이것이 바로 혁신이고, 이 경쟁이 글로벌하게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기업이 해외 나가지 않게 해야 하고, 벤처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행태를 평가하면 정확하게 역주행이다. 성장이 뒷걸음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다시 정상 주행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기업을 더 이상 해외로 내몰지 않으려면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다. 임금을 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덜 올리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귀족노조들의 임금 투쟁이 그치지 않고, 일자리마저 자식에게 승계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귀를 의심하게 된다. 정부의 조세 혹은 재정 정책이 기업에 맞춰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샌다고 하니 또 한숨이 나온다. 향후 5년간 공무원 17만 명을 증원하면 30년 동안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327조 원, 평생 연금 지급액이 9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어떻게 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움직이게 할 것인지, 새로운 기업을 추가로 만들어 성장 동력을 생기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아예 관심이 없거나 무지하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평가이다. 우리가 계속 이런 헛발질을 하면 경쟁국들은 내심 박수를 친다.
고용 없는 성장은 있어도 성장 없는 고용은 없다. 기업이 더 뛰게 하고, 시장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지금 세계는 경쟁력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벤처 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스타트업 무한경쟁 시대이다. 단기간에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원) 이상의 유니콘을 탄생시키는데 주력한다. 미국과 중국이 이 부문에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일본이나 유럽 혹은 잘 나가는 신흥국들도 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보다 작은 단위인 도시 혹은 대기업 간의 경쟁으로 번지고 있을 정도다. 고용 창출 측면에서 기존 기업보다 신생 벤처 기업의 기여도가 훨씬 지대하다. 벤처에 10조를 투자하면 일자리 6만개가 생겨난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형식에만 치우쳐 무늬만 벤처인 좀비들이 기승을 부리고, 정부는 규제에다 보조금 남발로 벤처 생태계를 오히려 교란시키고 있다. 아마추어들만 득실거리면서 기업가 정신은 실종되고 기득권만 넘쳐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대학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보면 대학에서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채용해 즉시 일을 시켜야 하는데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푸념을 한다. 그렇다 보니 수개월 지나면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문제는 대학이 우리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세계의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현장이나 뉴노멀의 생존경쟁에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우리는 너무 대조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기업과 청년들이 사기충천하여 기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장 동력을 발굴해내는 원천이다. 분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심각해야 고민해 보자. 일자리가 줄어지지 않고 더 많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여건을 더 살펴봐야 한다. 기득권 노동자들의 배를 더 불리는 것보다 일자리 없는 자들이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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