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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나광국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17 14:41:55

‘갑질’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익숙해지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소한 ‘갑질’부터 대기업 오너가의 악행까지 우리는 ‘갑질’에 익숙해 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불평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불평등’에서 시작하는 ‘갑질’은 지위, 재력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인 혹은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갑질’에 더욱 분노한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차별·모욕 등의 강도는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접하는 그들의 갑질에 분노를 느낀다. 반면 어쩌면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갑질’을 하나의 권리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갑질’이 너무나 익숙해져 무엇이 평등이고 무엇이 불평등인지 구분하는 능력조차 사라진 듯한 장면이 심심찮게 발생해서다. 최근 KT그룹에서 발생한 갑질이 그렇다.

KT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계열사, 협력사와 상생을 외치며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발맞추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KT그룹의 양면성 논란이 불거져 나온 곳은 KT 계열사와 협력 업체였다. KT 계열사와 협력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KT는 그동안 각 기업에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 영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에 비상시적인 근무지시, 실적압박 등을 일삼는가 하면 협력사를 상대로 일방적 계약해지는 물론 사장을 상대로 협박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KT의 계열사로 유무선 통신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KT M&S 직원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그동안 벌어진 KT의 '갑질‘에 대해 털어놨다. 그들에 따르면 KT는 정부의 52시간 정책에 따라 본사 직원들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오후 6시가 지나면 전산이 셧다운 되도록 해 근로자의 인권과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KT M&S 직원들의 경우 출·퇴근 시스템에 출근 버튼은 존재하지만 퇴근 버튼이 없어 외부에선 근무를 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직원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시간 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KT에서 신규 상품이 출시되면 자회사인 KT M&S에 신규 상품 유치율에 대한 압박을 가해 직원들이 사비를 들여 제품을 구매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러한 사례는 KT 계열사 KTIS에서도 발생했다. 이곳에서도 출·퇴근 시스템에 퇴근 버튼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다른 갑질에 대한 제보도 있었다. KT는 협력업체와 함께 농림부 산하 ‘디지털가축방역’ 단말기 사업을 진행했는데 추후 사업이 확장되자 업체 사장을 찾아가 사업에서 손을 떼고 핵심 직원을 KT로 이직 시키라고 압박했다.

물론 KT그룹은 이러한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고 단순히 몇 명의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 추후 이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대응하겠다”는 대답이다.

이제 기업은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동반자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게 ‘상생’은 필수조건이다. 그 상생은 계열사, 협력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평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하고, 협력하는 중소기업으로 부턴 기술·인력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노사, 기업과 기업의 관계를 화합과 상생의 동반자 관계로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KT는 명심해야한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