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억만장자 언론사 인수, 명예·수익 모두 노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경제

디나 지핀, “워렌 버핏 ‧ 제프 베조스 등 언론사의 성장가능성에 투자” 진단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1 15:33:54

▲워렌 버핏 미 버크셔 해서웨이**(사진)** 회장은 최근 몇 년에 걸쳐 3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28개 이상의 지역신문을 인수했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최근 몇 년에 걸쳐 크고 작은 미디어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해외 언론들이 의구심을 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호주의 경제전문지 ‘더 CEO 매거진’은 ‘왜 억만장자들은 미디어 제국을 사들이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현재 신문사들의 재정상태가 분명 바람직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만장자들이 인쇄 매체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9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이며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창업자인 마크 베니오프 부부가 ‘타임’誌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미국의 CNBC은 지난달 17일자 기사에서 특히 첨단기술분야의 억만장자들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이유를 다뤘다.

베니오프 부부는 타임지를 인수하면서 자신들은 회사의 일상적 운영이나 언론적 결정에 관하여 일일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타임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이 상징적인 브랜드를 맡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7월 ‘디 애틀랜틱 매거진(The Atlantic Manazine)’을 인수한 로린 파월 잡스는 애플의 전CEO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으로 역시 억만장자이며 자선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인수한 ‘디 애틀랜틱’은 160년 전통을 가진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다. 특히 창립자 중에는 저명한 저술가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등이 포함돼 있다.

로린 파월 잡스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에머슨 콜렉티브와 디 애틀랜틱을 만든 에머슨의 이름이 같은 인연을 언급하며 이 매거진의 사명을 ‘만인에게 평등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이 중대한 시기에 ‘디 애틀랜틱’이 그 비판적인 사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그는 2013년 2억5000만 달러에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다. [사진=AP/뉴시스]

현재 세계 1위 부호의 자리에 올라있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2013년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를 사들였다. 그는 계속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그 언론사를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당시의 심경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만일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스낵푸드 회사였다면 아마 사지 않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는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베니오프와 잡스, 그리고 아마존의 베조스의 말에서 드러난 언론관을 보면 그들이 언론사를 인수한 이유 중에는 해당 미디어가 갖는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인베스토피아에 기고하는 투자 분석가 디나 지핀(Dina Zipin)은 억만장자들이 언론사에 투자하는 이유가 단순히 언론사가 갖는 사회적인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지핀에 의하면 버그셔 해서웨이의 CEO 워렌 버핏은 지난 수 년 동안 28개의 지역신문을 샀는데, 무모한 투자가가 아닌 그가 매년 판매수입이 줄어드는 신문을 인수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사실 퓨 리서치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에 신문의 광고수입은 50% 이상 떨어졌다. 주요 신문사들도 매각 시 가치가 크게 평가절하 돼 신문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 베조스, 잡스, 베니오프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언론사를 인수할 때는 분명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양길이라고 부르는 사업에서 기회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핀은 분석하면서, 그들이 보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지핀은 언론사가 부호들에게 어필하는 이유에 대해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신성한 역할에 동참한다는 신념 △유서 깊은 언론사와 더불어 문화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자부심 △투자 대비 수익 창출 가능성이 큰 점 △지역신문의 경우 다른 매체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독자들의 확실한 수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성장 가능성 등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뉴스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가 정보의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신문판매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예를 들어 퓨 리서치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의 신문판매수익이 2016년 109억 달러에서 2017년 112억 달러로 증가했다.

억만장자들은 꾸준한 신문의 수요에서 성장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미국의 전설적인 ‘미디어 기업의 거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항상 마음을 장애물이 아닌, 목표에 집중시켜라”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