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전범기업 투자 5년 새 3배↑…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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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제징용 미쓰비시중공업 등 75곳에 기금 투자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3 12:09:13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하겠다던 국민연금이 일본 전범기업 투자액을 5년 새 3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특정 기업 투자를 배제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75개 전범기업에 1조5551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말 51개 전범기업에 6008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총 투자액은 2.6배 늘었고 전범기업 수는 1.5배 증가했다.

영화 군함도 ‘군함도’의 실제 배후로 조선인 10만명을 강제 징용해 군수사업을 키운 미쓰비시 계열사에 125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기업은 도요타자동차로 3604억원, 그다음으로 건설중장비업체인 고마쓰 제작소에 1581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잠수함 등을 생산한 가와사키중공업,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을 빚은 신일철주금 등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국감에서 전범기업 투자가 문제로 지적되자 당시 국민연금은 “위탁투자기 때문에 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밝힌 입장을 보면 위탁투자라고 모두 조정이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당시 “위탁운용사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술, 도박, 담배 관련 기업에는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번기업 투자가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국감자료에서 “투자 대비 손해가 발생한 전범기업의 비율이 2013년 31.4%, 2014년 45.9%, 2015년 55.8%, 2016년 38.0%, 2017년 1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인권적 요소를 고려해 투자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EG)의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미국과 인도, 이스라엘, 멕시코 등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스웨덴 국민연금기금(AP4)도 국제인도법 위반, 노동자 인권침해 사유로 특정 기업 유자를 막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기업에도 매년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8년 3월까지 가습기살균제 관련기업에 3조1170억원을 투자해 2013년 말 1조7937억원 수준에서 1.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은 가습기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영국의 옥시레빗밴키져 주식을 1606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에는 2131억원, 롯데쇼핑 8572억원, GS리테일 1421억원, 이마트 1조 1613억원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주식, 채권, 대체 투자 등 총 3조 1170억원을 투자했다.

남인순 의원은 “최근 5년간 전범기업 투자현황을 봤을 때 법 개정 없이는 국민 연금이 자생적으로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2016년 ‘국민연금법’에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근거 조항이 마련했지만 아직 사회책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의원은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기반을 둔 보다 엄격한 투자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과 같이 사회적 위해를 끼친 기업과 전범기업에는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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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기자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