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없이 대학가겠다’는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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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없이 대학가겠다’는 자유한국당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4 08:36:26

이달 초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253명의 정치 생명줄을 틀어쥔 채 등장한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을 두고 언론에선 그를 ‘칼잡이’로 불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농단’ 세력이란 오명을 씻고 지리멸렬한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인적청산’이란 칼을 그에게 쥐어줬다.

전 위원은 “거친 들판에서 비바람 맞으며 자란 들꽃 같은 젊은 인재들을 찾겠다”며 당 쇄신 의지를 보이며,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을 인적청산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 역시 “인적청산은 보수통합을 위한 길”이라며 지원사격 했다.

서슬 퍼런 칼날 아래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친박(친 박근혜)계는 살길을 찾아 황교안 전 국무총리 주위로 모여들었고, 친홍(친 홍준표)계는 몸을 낮추며 사태관망에 들어갔다.

하지만 20여일이 지난 지금 전원책 위원의 인적쇄신 칼날은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그의 칼끝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없다. 2017년 대선과 지난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자거나 당 쇄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말은 자유한국당 내에서 진부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

심지어 선거패배 책임과 인적청산 1순위로 꼽혀 온 홍준표 전 대표는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국정농단’ 집단으로 전락시킨데 혁혁히 일조한 친박계 의원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전원책 위원이 이끄는 조강특위 출범 당시 당 안팎에선 “이미 인적쇄신의 타이밍을 놓친 마당에 특위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 후 바로 단행했어야 할 인적쇄신을 미적 거리다,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에 다시 꺼내든 것 자체가 ‘전략적 패착’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과 전원책 위원의 인적쇄신 실패가 비단 ‘타이밍’ 문제만은 아니다. 인적쇄신을 시작하기도 전에 ‘외연확대’, ‘범보수통합’ 등 몸집 불리는데 눈독을 들인 우(愚)를 범한데 있다.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서울대 가겠다’는 욕심이다.

김 위원장은 제주도까지 날아가 원희룡 제주지사 영입에 나서는 등 당 쇄신은 뒷전이다. 전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박근혜 재평가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엉뚱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평가 토론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화합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과거처럼 토론회는 난장판이 될 것이고 계파싸움이 불거질 것이란 판단은 해 봤는지’ 묻고 싶다.

‘당 지지율 13%(18일 한국갤럽)’라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도 ‘절실함’과 ‘긴장감’은 자유한국당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보수대통합’이든 ‘보수정당 재건’이든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국민들은 보수대통합에 관심이 없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책임지는 정당, 진정한 보수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한 정당, 정책중심의 일하는 정당에게 관심과 표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진강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