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NS 달구는 부자놀이 ‘폴링스타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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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뻐기는 사진' vs '조롱하는 사진' 올리기 경쟁 불붙어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6 10:57:13

▲고급 승용차에서 막 내리려는 순간 넘어진 모습을 연출한 사진. 주변에는 값비싼 소지품들이 엎질러진 듯 흩어져 있다. [사진=Weibo]

중국의 SNS는 지금 ‘부자놀이’에 빠져있다. 소위 ‘폴링스타 챌린지(falling star challenge)’라고 이름이 붙은 이 놀이는 실수로 넘어지는 모습을 연출, 자신의 부를 드러내는 장면을 사진 찍어 경쟁적으로 SNS에 올리는 것이다.

예컨대 게시자가 고급 자동차에서 문을 열고 내리다가 그만 차 문턱에 발이 걸려 땅에 엎어져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들고 있던 명품 가방이 열리면서 가방 안에 들어있던 갖가지 럭셔리한 소지품들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장면이다.

말하자면 ‘어쩌나! 나의 부가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네!’라는 콘셉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아이러니한 행위가 특히 중국에서 유행하여 소셜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최근 A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중국의 웨이보에는 이 기이한 유행에 동참하는 포스트의 수가 백 만건이 넘어섰다. 애초에 이 유행을 촉발시킨 게시물은 지난 8월 러시아에서 인스타그램에 먼저 등장했다.

‘라모스 캐서린(ramos_catherine)’이라는 이름의 게시자가 개인용 비행기의 트랩을 내려오다가 넘어진 사진을 올린 것이다. 그녀는 한 손에 가방을 쥔 채 얼굴을 땅에 처박고 있는 모습이다.

이후 후 러시아에서 부유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FallingStars’라는 해시태그를 단 포스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즐비하게 늘어놓은 골프 장비들 사이에 엎어져 있는 사진을 게시하는가 하면, 요트에서 넘어진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이것이 중국에서도 유행하면서 부를 과시하는 컨셉의 사진들이 경쟁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심지어는 지폐 더미 위에 엎어진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첸이라는 성을 가진 한 여성은 횡단보도에서 수 백 만원에 달하는 럭셔리한 소지품들을 주변에 흩어놓은 채 땅에 얼굴을 박고 넘어진 자세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이 게시물에는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고 중국의 네티즌들은 횡단보도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지 우려를 표했다. 결국 그녀와 사진을 찍어준 친구는 불법주차로 인한 벌금을 물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운동기구들 사이에 엎어진 모습을 연출한 게시물 [사진=Weibo]

부를 과시하는 유행은 다른 한편으로 이를 비꼬는 유행을 낳기도 했다. 부자들의 ‘폴링스타 챌린지’를 조롱하여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가까이 하는 사물들을 늘어놓고 비슷한 포즈를 취해 SNS에 사진을 게시했다. ABC 뉴스는 이들의 모방적인 행위를 ‘조롱적 밈(satirical memes)’이라고 불렀다.

‘밈(Meme)’이란 영국의 저명한 사회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한 사회 속에 문화적 정보가 퍼지는 것은 마치 유전자처럼 모방의 단위인 ‘밈(meme)’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폴링스타 챌린지에 이어진 조롱적 모방은 원래의 버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폴링스타 챌린지’에 대한 조롱적 모방이 하나의 문화적 ‘밈’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학생들은 흩어진 책 더미 속에 엎어져 있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소방대원은 온갖 소방 도구들을 늘어놓고 일 속에 파묻혀 지내는 일상을 강조한다. 또 서류 더미 위에 엎어진 공무원과 청소도구들을 늘어놓고 엎드려 있는 군인 등의 게시물이 SNS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런 행위는 단지 모방을 통한 조롱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적 현상에 참여함으로써 문화적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다. ABC 뉴스는 중국의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인 하이큉 유(Haiqing Yu)의 말을 인용, 이 챌린지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