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이민행렬 카라반內 테러리스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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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앵커 앤더슨 쿠퍼, “사실 아닌 두려움에 근거” 비판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5 23:54:53

▲중미의 이민자 행렬 ‘카라반’이 21일(현지시간) 새벽 멕시코 남부 시우다드히달고에서 미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수천 명의 이민자 행렬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미디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동영상을 공개,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 ‘카라반’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들은 들어오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들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에 배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따르면 온두라스에서 출발해서 과테말라를 거쳐 현재 멕시코로 진입한 이민자 행렬은 7000명이 넘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국경을 넘어오려는 테러리스트 혹은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자들을 매일 10명씩 막아내고 있다”면서 “이렇게 늘어나는 카라반 중에 중동 출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증거는 없다.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펜스 부통령이 “카라반이 온두라스의 좌파 조직에 의해 움직이고 베네수엘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는 말에,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지원을 받는 듯한 암시를 했으나, 이에 대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한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역시 이날 트위터에서 “친미 성향의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을 반대하는 온두라스의 좌파 정치인들이 카라반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CNN의 짐 아코스타(Jim Acosta) 기자로부터 ‘카라반 중에는 중동인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 점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들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중동인과 테러리스트를 연결 짓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아코스타 기자는 “미국에 살고 있는 많은 중동인들과 그 후손들은 그런 표현에 몸이 오싹해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는 카라반에 테러리스트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이 증거 없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CNN 화면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구체적인 증거 없이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는 “카라반 행렬 중에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fact)’이 아니라 ‘두려움(fear)’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쿠퍼는 또 “그들(카라반)이 미국 국경을 향해 다가오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이 잠입해 있는 무리들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진행하는 ‘앤더슨 쿠퍼 360’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뉴스 화면을 도배하는 카라반의 모습을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2일 트위터에서 ‘카라반이나 불법적인 밀입국자들을 보면 느슨한 이민법을 바꾸는데 반대한 민주당을 생각하고 비난하라’고 강권, 다음달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카라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는 별개로 미국 국경을 향해 밀려오는 이민자 행렬은 미국의 당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두라스를 비롯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수 천 킬로미터를 도보나 차량으로 7000명 이상이 몰려오고 있는데다 그 수는 얼마나 불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욱이 자국의 가난과 범죄를 피해 목숨을 걸고 미국행을 택한 사람들을 미국은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어 난감하다는 것이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