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그 선지자의 말을 듣지 아니하는 자는 백성 중에서 멸망을 받으리라 하였고, ~이어 말한 모든 선지자도 이때를 가리켜 말하였느니라.” <사도행전 3:23~2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하면서 그것에 매달리는 것을 집착(執著)이라 하고, 자신과 주변의 모든 상황을 살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성찰(省察)이라 한다. 이 둘의 발전적 융합은 인생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집착은 마음이 향하는 바가 고정되어 그것에만 매달림으로써 다른 것을 받아드리거나 염두에 두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성찰은 어느 것 한 가지에 매달리지 않고 눈을 들어 주변을 잘 살펴 치우침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집착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고, 성찰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너무 강조하는 집착이 외부로 강하게 발산 되면 다른 존재에게 큰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9.19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했다. 최근 ‘집착’ 과 ‘성찰’이 떠오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남북은 피 흘리며 전쟁을 한 사이다. 반공의 태극기 정서로는 김정은은 아직도 ‘북괴’의 ‘괴수’이자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다.
북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문 대통령.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란 소리까지 듣고 있는 문 대통령이 왜 북한에 대해 그렇게 집착을 하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 조약의 비준권’을 갖고 있다. 혹 대통령이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판단 아래 국회를 무시하고, 직권으로 비준했다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평양 선언의 내용을 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정상화 등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조항이 많다. 최근에 남북이 고위회담을 열어 늦어도 12월 초까지 동해선 남북철도와 도로연결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문제다. 한국이 앞장서서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려는 오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에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를 공급·판매·이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말 남북 공동조사가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평양 선언의 모체인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에 대해 야당이 강하게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마당에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외치며 후속 합의인 평양 선언을 국무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비준해버린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법제처로부터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평양 선언 비준을 구실로 판문점 선언에 들어갈 비용을 국회를 제치고 확보하려는 꼼수‘로 보고, 의심을 하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갈구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남북경협을 서두른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번 아셈 회의에서도 국제적 망신만 당하지 않았는가.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합의가 백지화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비준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좋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의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임기가 없다. 전쟁을 치룬 분단국가에서 야당과 보수를 무시하고 남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평양 선언의 비준에 집착한 나머지 국회와 야당이 배제됨으로써 비준 카드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선언에 너무 집착하는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초당적으로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야당으로서는 판문점 선언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인데다 구체적인 대북사업의 비용 추계도 없는 점을 들어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지적을 감안해 내년에 소요될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 추계치(2986억원 예상)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앞으로 대북지원 사업에 수 조~수 십 조원이 들어갈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1년 예산안만 제출하며 사실상 법적 영속성을 띠게 되는 판문점 비준 동의를 강행하려 했기 때문에 도리어 야당에게 반대의 빌미를 준 격이 됐다.
이런 마당에 고집쟁이 문 대통령이 평양 비준을 강행했으니 야당의 반발이 더욱 거세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항간에는 벌써부터 “이선권 북한 조평통위원장의 ’연말까지 분투하길 기대한다’는 엄명에 따라 이렇게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문 정권이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는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 없이는 결코 순탄하게 넘어갈 수 없다. 이 같이 남남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야당과 공유하지 않을 뿐더러 야당의 지적을 받아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지적을 받아드려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부터 하는 게 순리인 것 같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합의 이행에 구속력이 담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운전자를 자처 한 것은 이해 할 수 있으나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촉구함에도 북한을 지원하려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볼턴 마저 ‘북핵 제거 위해 북한 제재는 계속해야 한다.’고 했는데, 유독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집착에 함몰되어 있다.
그런 대통령 때문에도 불안하지만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고 집안싸움만 하는 야당 때문에 국민은 더욱 혼란에 빠져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지할 정당, 믿고 의지할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만 축내는 흡혈귀 같은 그들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알려야 하는 데 국민들이 무관심하다는 것 또한 한심스럽다.
세계 안보질서의 재편이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우리로선 안보부터 챙기는 작업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평양공동 선언 비준과 함께 최근 남북군사 합의에 따라 우리 군이 서북도에서의 해상 포사격훈련을 할 수 없게 되자 내륙의 산을 훈련장으로 사용한다고 하는 데서는 기가차서 할 말을 잊을 정도다. 한·미 훈련도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미래가 매우 걱정스럽다.
평화의 바람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고, 방호벽을 허물며, 대문 빗장에 걸린 자물쇠마저 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도저히 문 정권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나친 집착의 아집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나라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사회악이 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다. 그것이 지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은 최면에서 깨어나 각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창세기 1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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