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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지난 2~3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한데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경기전망까지 모두 불투명해 시급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제위기를 피하지 못할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올 들어 1분기 한국 경제는 성장률 1% 조차 간신히 넘겼다. 이후 2분기에 0.595%로 추락하더니 3분기에는 0.572%를 기록하며 더 떨어졌다. 경제상황이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올해 3% 성장을 자신했던 정부는 이미 꼬리를 내린지 오래됐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는 하향 조정한 2.9% 성장률조차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모두 2.7%를 추계하고 있지만 2.5%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이 더 걱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실제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6%로 점치고 있다. 민간기관들도 대략 2% 중반을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률 전망들에 대해 정부는 정말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아니 경제 비상사태에 준한 인식을 갖고 범부처가 머리를 맞대 실질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지금처럼 미온적이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까지 한다.
국부(國富)의 총체적 감소가 대세화 되면 자칫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수천만 국민들이 가난으로의 추락에 빠지는 최악의 그림이다. 한계가구들이 속출하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급증하면 국민적 대혼란이 야기된다. 이미 적색등을 깜빡이는 시그널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부동산 중개업의 경우만 해도 한 해 1만5000곳이 폐업하지만 최근 치러진 시험 응시자 수만 20만명에 달했다. 40만명의 공인중개사가 배출된 과포화 시장에 갈 곳 없는 서민들이 불나방처럼 계속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생계형 음식점도 10곳이 개업하면 9곳이 폐업하는 상황 역시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창업기업들의 최근 5년차 생존율도 27.5%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같은 기간 생존율 40.9%와 큰 차이를 보인다. 창업기업 4곳 중 1곳의 사업주는 5년이면 빚을 지거나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가난에 빠지는 형국이다. 그 지표는 급증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의 수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몇 만 명으로 추산되던 대리운전자 수는 족히 5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리운전 시장에 100만명이 뛰고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주지하다시피 대리운전은 생계가 극단으로 몰릴 때 선택하는 마지막 코스로 여겨진다. 이를 감안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위기의 경제를 살려야 할 절박한 시간을 도둑질 하고 있다. 작금의 경제상황을 불평등, 빈부차 코드로 주장하면서 국민적 분열을 심화, 자신들의 정치적 표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부차의 원인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것을 이용하는 후안무치한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큰 그림으로 보면 해결 방안은 자유시장경제의 강력한 기둥을 세워나가는 공격적인 설계다. 그 밑그림의 중심에 무한경쟁이 자리한다. 모든 부문에서 경쟁이 가열되도록 정부는 군불을 때는 일이 중요하다. 헌법정신에도 있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적극 조성하는 방식의 핵심에 기업들의 투자 유인책이 자리한다.
안타깝게도 투자의 핵심 축이라고 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최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다. 이를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된다. 3분기에만 건설이 -6.4%, 설비가 -4.7%를 각각 보였다. 시장에서 투자위축은 가장 위험한 위기 시그널이다. 이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시장의 경쟁유발 요인들이 식어간다. 당연히 시장의 부가가치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개인 자영업이든 법인 기업이든 투자는 자유시장에서 목숨을 내놓는 일로 곧잘 비유된다. 그만큼 위기요인이 많음에도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나 법인이 많아야 경쟁환경이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진다. 그 속에서 창의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개인·기업들이 탄생하면서 국부의 총량을 키운다.
이 시점에서 단순히 통화량을 늘리는 식의 경기부양 정책은 거꾸로 독약이 될 공산이 크다. 복지예산의 급격한 확대와 과도한 경기부양책 등으로 시장에는 현재 천문학적인 유동성 자금이 넘친다. 그러나 이들 자금들이 생산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부동산 과열만 조장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중요한 지표 하나를 또 봐야 한다. 올 들어 3분기 연속 민간소비 증가율이 0%대에 머물고 있다. 투자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소비가 늘지 않으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며 악순환의 늪에 빠질 위험을 만든다.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소비자 중심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아닌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공급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기업들에서 찾아야 한다.
소비 주체는 소비자이지만 현대 자본시장은 기업들의 능동적·공격적·선제적인 투자와 마케팅이 소비를 활성화 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른바 ‘소외의 공포’를 통한 구매력이 적지 않다. 돈이 많든 적든 소비는 심리와 유행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기업들에게 경쟁구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군불을 때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다. 그 풀무질은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시장을 조성하는데 있는데, 지금 정부는 그 일에서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아니 뒷짐을 지고 걱정만 하면서 오히려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일을 하고 있다.
예컨대 투자유인책의 핵심에 4차산업과 블록체인이 있다. 하지만 4차산업은 말만 화려한 채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오히려 꺾고 있고, 블록체인은 여전히 먼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빗장을 걸고 있다. 이들 시장은 다소 혼탁해지는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경쟁 유발요인들을 시장에 던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을 대거 감축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대한 규제 아니면 추격식 업무를 하는 공무원 1명이 수백억원의 투자감소를 유발한다는 분석까지 있다. 정부가 경쟁요인을 막는 최전선에 함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시장에 인위적으로 들이대는 과도한 도덕률 잣대도 재검토 되지 않으면 투자유인을 촉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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